[데스크라인]애플과 창조경제

정말 궁금하다. 아이워치일까, 애플TV일까.

지난주 팀 쿡 애플 CEO의 한마디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애플의 `새로운 한방`을 놓고 온갖 추측 기사가 쏟아졌다. 그는 주총에서 “새로운 제품들(new categories)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에 불만 가득한 주주들을 달래려는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일종의 천기누설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 엔진이 멈췄다`며 쏘아대던 것과 180도 바뀐 반응이었다. 아무리 얕잡아보려 해도 애플은 여전히 `호랑이`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이번엔 과연 어떤 허를 찌를까. 팀 쿡 한마디에 경쟁사들이 움찔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했다.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마디로 애플과 같은 창조적인 기업을 많이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개편안이 아직 국회에서 표류 중이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다시 역동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코리아를 상상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에 방점을 찍는다. 분명히 지난 5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막연한 기대다. 전 정권보다 더 관심을 갖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식이다. 창조경제라는 개념도 모호하다. 뉘앙스는 좋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사실 전 정권의 `융합IT`와 `창조경제`가 뭐가 다르냐는 반문도 많다.

지난 정부 `융합IT`의 방향성은 옳았다. 문제는 `IT나 과학의 기초 기술은 투자할 만큼 했다`는 마인드였다. 응용 R&D 투자에만 치중하면서 기초 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창조경제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윗돌 빼 아랫돌 막는 한정된 예산 때문이다. 창의력과 응용력을 강조한 과제에 우선 투자하면 당연히 기초 분야 R&D 투자는 줄 수밖에 없다.

창조기업의 대명사 애플을 찬찬히 뜯어보자. `아이팟` `아이폰` 등 획기적인 제품은 개발자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통찰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만으로 그런 제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막강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초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뒤지지 않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췄다. 30년 넘게 개발한 `맥 OS`가 대변한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직접 설계한다.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 기술력이 애플을 `진정한 호랑이`로 만들었다.

지난 정권에서 응용IT가 힘을 못낸 것 역시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초 기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라는 구호 속에 온통 톡톡튀는 아이디어 이야기만 넘쳐난다. 융합에 기초가 묻힌 지난 5년간의 정책이 오버랩 된다. 머리만 있고 손과 발이 없는 창조경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는 융합IT의 한계부터 넘어야 한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