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초소형 생산시스템 `미니멀 팹(Minimal fab)`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직경 1.2㎝ 남짓한 크기의 작은 웨이퍼로 반도체 칩 1개를 생산한다. 클린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도 5억엔(약 5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 라인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미니멀팹기술연구조합이 주도해 반도체 제조 상식을 뒤집는 발상으로 만들었다.
6일 일경산업신문은 디지털 제품과 자동차에 사용하는 LSI(대규모집적회로) 등 특정용도 반도체(ASSP)의 소량 생산에 적합한 미니멀 팹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에는 히타치·도시바·올림푸스 등 전자업체 이외에 산요반도체·무라타제작소·오므론 등 부품·장비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미니멀 팹 반도체 제조라인은 폭 30㎝ 미만, 깊이 45㎝, 높이 144㎝ 크기인 소형 장치로 구성된다. 장치 유닛은 세척, 습식 에칭, 마스크리스 노광, CMP 등 12 종류가 있다. 4월부터 주문을 받아 납품은 올 가을경 이뤄질 전망이다. 유닛의 가격은 1000~3000만엔으로, 이미 일부 대학이나 기업에서 문의가 있다고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측은 밝혔다.
ASSP 시장 규모는 전 세계에서 1100억달러 가량으로 반도체 시장 전체의 5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ASSP는 설비 투자비가 커서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들었다. 통상 LSI의 생산라인에는 500억엔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1%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향후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측은 반도체 가공 기술을 응용해 실리콘 등의 기판에 미세한 센서를 새기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업체를 주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멀 팹은 연간 최대 50만개 정도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일경산업신문은 “초소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계가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