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앱 랭킹]<19>100종 넘긴 카카오 게임이 바꾼 것

지난 4일 9종의 카카오톡 연동 게임이 출시되면서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한 게임 수가 100종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게임 퍼블리싱 플랫폼을 오픈한 지 약 8개월만에, 카카오는 세자릿수에 달하는 외부 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애니팡`에서부터 최근 `윈드러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히트작을 꾸준히 내놓으며 매출과 방문, 다운로드 수 면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올려갔다. 특히 매출면에서는 카카오톡 서비스 초기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카카오를 단숨에 흑자전환 시킬만큼 높은 흥행성을 보장해왔다. 국민게임이라 불린 몇몇 작품의 하루 매출이 몇 억에 달하더라는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스마트 앱 랭킹]<19>100종 넘긴 카카오 게임이 바꾼 것

◇게임 앱 순위 점령한 ‘for Kakao’

통계 조사 서비스 앱랭커(AppRanker)의 자료에서도 카카오 게임의 성장세는 여실히 드러난다. 2월 넷째 주 구글 플레이에 출시된 게임 중 DAU(Daily Active User, 일간 방문자) 기준 상위 20개 앱 중 카카오 게임은 16개로 80%에 달한다. `for Kakao` 꼬리표를 달지 않은 게임은 9위권 이하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DAU 점유율면에선 차이가 더욱 크다. 2월 넷째주 카카오게임의 점유율은 91.83%다. 非 카카오 게임 DAU를 모두 합해도 5위권 내에 들기가 어렵다. 카카오 게임의 DAU는 증가세인데 반해 非 카카오 게임의 이용량은 하락세다. 1월 말 175만이던 수치는 2월 말 기준 167만 수준까지 떨어졌다.

카카오 게임은 최근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12월 마지막 주까지 81.91% 까지 급성장한 카카오 게임 점유율은, 1월 넷째 주 90% 대까지 오르며 절정에 달했고, 한 달 후인 2월 넷째 주에는 1.76% 늘어나며 몸집을 더 키웠다. 사실상 카카오 게임이 국내 스마트폰 게임계를 점령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iOS 마켓 앱스토어는 사정이 다르다. 앱스토어는 여러가지 이유로 다함께 차차차 등 인기작을 비롯한 다수의 카카오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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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게임하기로 얻은 것은

앞서 설명했 듯, 카카오 게임은 점유율 뿐 아니라 전체 게임 이용량에서도 상승세다. 게임을 좋아하고 찾아서 즐기는 마니아층 뿐 아니라, 게임이라곤 지뢰찾기나 고스톱 밖에 모르던 어르신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이는 게임 시장의 파이를 키움은 물론,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기존 유료 게임 앱 구입에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던 사용자들이 애니팡 하트와 윈드러너의 루비 구입에는 마음을 열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기는 콘텐츠기에, 지인의 점수와 매주 새로운 경쟁을 펼치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새로운 카카오 게임이 나올 때마다 캐시 아이템을 구입해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이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카카오 게임하기는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자체의 성장과 매출 신장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실제로 작년 가을 카카오 인기 게임 4종이 전세계 앱 매출 10위권 내에 들었다는 전세계 앱 마켓 분석 사이트 앱 애니(app annie)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최근 대형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이 카카오 입점에 참여하며 다소 그 분위기가 사그라들었지만, 카카오 게임하기는 중소 개발사들이 단기간 내에 어느 정도의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다. 애니팡 등 대박 게임의 등장 이후다. 실제로 선데이토즈는 애니팡을 출시한 지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캐릭터상품 출시 등 다양한 루트로 수익을 도모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는 다른 중소 개발사 역시 제 2의 애니팡만 만들면 소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남았으며, 카카오 게임하기를 개발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진입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스마트 앱 랭킹]<19>100종 넘긴 카카오 게임이 바꾼 것

◇카카오 게임하기, 앞으로는…

카카오는 지난 4일 무려 9종의 게임을 공급했다. 매주 화요일께 3~5 종의 게임을 출시하던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숫자다. 뿐만 아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개발사와의 게임 제휴 기준을 낮추고 많은 신작을 받아 들이고 있다. 지속적인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공격적 활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등장할 카카오 게임들은 더 많은 경쟁작을 마주하게 됐다. 특히 컴투스, 위메이드, CJ E&M 넷마블 등 대형 개발사 및 퍼블리셔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 카카오 게임하기에 진출함에따라 제 2의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가 나오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역시 선택사항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카카오 게임의 강점은 내가 하는 게임을 친구도 즐기고 있다는 일종의 동질감이다. 이용자가 분산되면 경쟁상대나 조력자가 적어진 내 카카오 게임은 즐길 거리(콘텐츠)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지인들이 많이 즐기지 않는 게임은 시작 자체가 꺼려질 우려가 있다. 결국 입소문을 탄 대형 퍼블리셔의 일부 게임이 대다수의 이용자를 점유하는 형태의 마켓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장르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카카오 게임은 ‘팡류’나 ‘퍼즐’과 같은 캐주얼한 게임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단순한 조작과 평이한 진행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간편하게 즐긴다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인과의 점수 경쟁 등 카카오톡 사용자와의 연동을 고려한 게임 시스템에 최적화시킨 탓이다.

카카오 게임의 세력 확장으로 카카오 게임 플랫폼과의 연동이 불필요한 롤플레잉(RPG) 등 다소 마니악한 장르의 게임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카카오 게임이 모바일 게임 생태계의 대부분을 점유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 게임은 이용자들의 장르 선택권을 앗아간 셈이 됐다.

레디벅 앱랭커 배아람 과장은 “특정 장르를 원하는 일부 계층의 게임 역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가 바람직하다”며 “다양한 형태의 게임 개발이 전체 게임의 퀄리티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이종민 기자 lj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