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래부장관, 안철수 어떤가

오늘 새 정부의 주요 장관이 임명장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사실상 출범이다. 17개 부처 장관직 가운데 12명을 임명한다. 국무회의는 가능하다고 하니 우려했던 `반쪽 내각`은 면한 셈이다. 그러나 핵심은 빠졌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는 장관은 고사하고 후보자조차 깜깜 무소식이다. 김종훈 전 내정자가 갑작스레 사퇴한 후 거의 `멘붕`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데스크라인]미래부장관, 안철수 어떤가

사퇴 파장 여파인지 후속 장관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여러 후보가 자의반 타의반 하마평에 오르지만 딱히 “이 사람이다”라는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머리가 아플 것이다. 한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가는 인사스타일상 아무리 수첩을 들춰봐도 그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감안하면 민간 출신은 부담스럽다. 관료 출신을 쓰자니 신선도가 떨어진다. 두 눈 부릅뜬 야권의 견제도 변수다. 무엇보다 김종훈 선례를 본 대다수 인물이 손사래를 친다. 자칫 시간에 쫓기다 보면 오히려 악수를 두기 십상이다. 마음은 급한데 돌파구는 없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미래부 장관, 개인적으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추천하고 싶다. 대선 후보였다는 점만 빼면 최적의 미래부 수장이다. 의대를 나와 의사 신분으로 ICT업계에 뛰어들었다. 말이 아닌 피부로 직접 융합을 경험한 흔치않은 인물이다. 정치인으로 나서기 전 카이스트 교수에 이어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을 이끈 경력도 아깝다.

이 뿐이 아니다. 창조경제 핵심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신화를 이루었다. 바이러스 백신으로 척박한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한 `토종` 벤처인이다. 도전정신으로 안랩을 국내 간판 기업으로 키워 냈다. 기업인치고 도덕성면에서 흠결이 별로 없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전자신문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1000명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48.1%가 산업계 중에서 벤처 출신을 미래부 장관 적임자로 꼽았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 없다. 대통령 당선 이 후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밀봉·수첩·불통 인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평행선을 긋는 야권과 대통합을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도 보여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안철수 브랜드`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때맞춰 새 정부 첫 장관이 임명되는 11일 안 교수도 귀국한다.

물론 그냥 제언일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얼마 전까지 대권을 놓고 경쟁한 사람을 초대 각료로 영입하기가 말처럼 쉽겠는가. 안 교수가 응할 지도 미지수다. 보궐선거 출마설에 신당 창당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생뚱맞게 안 전 교수 얘기를 꺼낸 것은 그만큼 현 정국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하려면 발상을 바꿔야 한다. 내 입장보다 상대방 입장에 서야 한다. 자기 판만 고집해서는 해법이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