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파행에 따른 부작용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주요 정책 수립은 고사하고 집행해야 할 예산도 묶였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이주일이 지났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어느 한 쪽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조직법 개편 유관 부처 소속 공무원은 정책을 수립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벌써 석 달째다.
북한은 연일 전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안보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은 공백 상태다. 또 원화강세가 지속하면서 경쟁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는 임명되지 못한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장관이 공백인 상태여서 방송·통신분야 현안이 쌓일 대로 쌓였다. 1.8㎓, 2.6㎓ 대역 주파수 할당 정책이나 이동통신사 간 음성LTE(VoLTE) 연동 문제도 제자리걸음 상태다. 정부조직개편 관련 여야의 핵심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정책은 말할 것도 없이 전면 보류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장관 내정자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새 정부의 상징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김종훈 장관 내정자 사퇴 이후 장관 인선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국무회의를 열었지만 지난 정부 국무위원이 함께 참석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무위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행정공백이 장기화하면 안보·경제·산업 등 대한민국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의 자존심 싸움이 정부 정책과 산업계 경영 리스크로 비화하는 사태로 번졌다. 정책 불확실성은 산업계에 그대로 작용한다. 당장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경영전략 계획도 보류하는 상황이다.
정치권도 국가를 생각하고 나름의 명분과 목표가 있겠지만 국민에게는 한가한 자존심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