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난해보다 31% 인상한 재전송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비용 역시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가 적절한 근거도 없이 높은 인상액을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재전송료 인상은 유료방송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청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2일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방송 3사는 유료방송사업자에 올해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각각 월 350원으로 제시했다. 일부 사업자에는 월 4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각각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월 280원으로 책정했다.
지상파의 요구대로라면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 3사를 합쳐 지난해 가입자당 월 840원씩 내던 재전송료를 올해 월 최고 1100원까지 내야 한다. 인상폭은 무려 31%다.
KT IPTV 가입자당 월매출액(ARPU)은 1만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지상파 재전송료가 ARPU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 올해 10% 이상으로 올라간다. ARPU에서 VoD가 차지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비율은 더욱 올라간다. 반면에 미국은 유료방송 ARPU에서 지상파 재전송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1% 수준이다.
재전송료뿐만 아니다. VoD 콘텐츠 비용도 대폭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와 홈초이스(케이블)가 지상파에 지급한 VoD 콘텐츠 비용은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업계는 CPS 방식으로 재전송료를 받는 것도 납득할 수 없으며, 더구나 엄청난 인상폭을 제시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유료방송업체 관계자는 “재전송료를 31% 올리고, VoD 콘텐츠 비용도 두 배 가까이 올려달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며 “지상파 요구를 들어주려면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 때문에 요금이 인상돼 시청자가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제작비와 물가 상승에 맞춰 CPS도 280원에서 400원대로 올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제작비와 물가가 상승하며, 유료방송사업자들도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해마다 20%씩 올리는 것으로 안다”며 “홈쇼핑이 잘되는 것은 지상파 채널 사이에 들어간 덕분이고, 모든 것을 종합해 계산한 결과 400원 정도로 올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재전송료 대폭 인상 움직임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280원도 사업자 간 상호 협상이 안 됐는데 지상파가 일방적으로 400원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다소 황당하다”고 말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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