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우리나라 기업이 흔들린다. 반면에 중국 게임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국내 기업이 각종 규제 이슈로 몸살을 앓는 사이 중국 기업이 정책 지원에 힘입어 세를 확장한 결과다.
우리나라 엔씨소프트와 중국 텐센트를 비교해보면 한중 게임 산업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난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655억달러로 엔씨소프트 28억달러보다 23배나 많다. 지난해 초 텐센트와 엔씨소트트의 시총 차이는 6배에 불과했다.
텐센트가 최근 1년 간 갑절 성장한 사이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텐센트가 속한 홍콩 주식시장이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비슷한 추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매출면에서도 희비가 갈린다. 2007년만 해도 5억달러 수준이던 텐센트 매출은 지난해 44억달러로 8배 성장했다. 게임머니 환전수수료를 주된 수익원으로 하던 텐센트는 2005년을 기점으로 소셜네트워크, 게임 퍼블리싱 등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텐센트의 성공 뒤에는 우리나라 게임 기업이 큰 역할을 했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크로스파이어`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중국 시장을 석권했다. QQ메신저 등 자국 내 인터넷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 것도 성장 배경이다. 반면에 지난해 엔씨소프트 매출은 4753억원으로 5년 전보다 갑절 성장에 그쳤다.
엔씨소프트의 가치 하락은 개별 기업 차원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 전체의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잇따른 규제에 따른 시장 환경 악화, 글로벌 시장판도 변화에 대처 부족 등이 원인이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게임은 PC와 인터넷 성장 정체, 셧다운제 등과 맞물려 시장이 위축된데 반해 중국은 PC와 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관련 기업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와 지배구조 이슈에 민감한 외국인 이탈을 기업가치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정 연구원은 “게임 업종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 특성상 규제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무시한 규제를 해소해 시장에 활력을 줘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창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게임을 성장산업으로 분류, 산업 측면에서 진흥정책을 펴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산업을 위축시킨 측면이 있다”며 “규제를 해소해 시장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텐센트 시가총액 추이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