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소·중견 기업 특허 경영의 중요성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이 전 세계 법원에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거물인 두 기업의 소송전에 모든 기업인의 이목이 쏠렸다. 기업인이라면 이런 분쟁에 얽혀드는 걸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월요논단]중소·중견 기업 특허 경영의 중요성

오늘날 특허 분쟁은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중소·중견 기업에 특허 분쟁은 사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특허가 없다면 해외 시장 진출은 꿈도 못 꾼다. 자사 제품을 특허로 충분히 무장하지 못한 채 해외로 나가면 경쟁사의 집중포화에 노출되기 일쑤다. 낯선 법제도와 엄청난 소송비용 탓에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한 국내 기업이 대다수다.

일본 소재·부품 기업은 두텁고 탄탄한 특허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특허괴물조차 일본 기업에 소송하는 것을 꺼릴 정도다. 특허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특허의 가치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조건에 따라 특허의 가치는 0원이 될 수도 있고, 수천억원이 될 수도 있다. 경쟁자의 생산금지, 수입금지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의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도 핵심 특허가 있다면 글로벌 기업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아무런 전략 없이 만든 특허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좋은 특허는 경영 전략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 특허 경영에 관심 없는 기업은 특허를 비용만 잡아먹는 장식품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특허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본·기술·마케팅이 부족한 기업도 특허만 잘 이용한다면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 특허 경영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은 없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특허 부서는 반드시 대표이사(CEO) 직속으로 운영돼야 한다. 특허 부서와 전략 부서의 협업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허를 잘 활용하면 경쟁사 전략도 알 수 있다. 역량 있는 회사의 특허 부서는 경쟁 회사 특허 출원 동향을 파악해 기술 트렌드와 전략까지 파악한다. 특허를 단순히 리스크 차원이 아닌 경영 전반에 활용하는 것이다.

특허 경영의 시발점은 CEO다. CEO는 전략부서와 특허 부서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 임직원에게 특허의 중요성과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상기시켜야 한다.

특허 경영을 하는데 반드시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원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경영자의 의지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소·중견기업이 특허 경영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 경영자는 시급한 현안 탓에 특허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다. 중소기업인이 쉽게 특허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기업의 노하우도 전수해야 한다.

지금도 특허청 등 다양한 기관에서 특허 지원 사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업 부담금이 점차 커지면서 신청을 꺼리는 경영자가 늘고 있다.

기업이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허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특허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특허 가치는 당장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가 사업에 활용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고경영자(CEO)는 인내를 갖고 특허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잘 훈련된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하듯이 특허 경영에 익숙한 기업만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길 수 있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chares@crucialt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