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사의는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 주식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이면 매각하거나 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백지신탁하면 금융기관은 60일 내 처분한다. 황 대표는 가족 지분을 포함해 27%가량 회사 지분을 보유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700억원에 이른다.

주성은 황 대표가 1995년 설립해 20년 가까이 운영한 회사다. 더욱이 맨손으로 일군 회사의 경영이 가뜩이나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 부름 때문에) 버릴 수 없었던 심정이 읽힌다. 황 대표의 오랜 지인은 “고심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중견기업으로까지 일궈낸 창업가로서 회사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주성은 새로운 수종산업으로 민 태양광 시장에 기대를 건다. 과감한 투자를 해온 만큼 먹거리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보였다. 여기에 기존 주력사업인 반도체·LCD 장비에서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황 대표는 공직 때문에 빠져 나간다면 회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25%가 넘는 지분을 일거에 매각하면 주가 하락은 둘째 치고 회사가 해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사의 불가피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사의 원인이 된 공직자윤리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2개월 만에 지분을 팔아야 한다면 기업인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외에서도 기업인이 공직에 가면 주식을 신탁만 하는 것으로 안다. 매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내정 사흘 만인 18일 사퇴했으며 청와대는 즉각 수용했다.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외청장 인사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권상희·신선미·김준배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