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돌아온 피겨 여제` 김연아의 활약에 감탄한 지난 17일. 경기 직후 김연아의 영어 인터뷰를 지켜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인터뷰도 영어로....ㅋ. 아사다 마오에게는 이것도 넘사벽”이라고 트윗을 날렸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칭하는 넘사벽은 어지간해선 극복하기 힘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로 쓰는 속어다.
아사다 마오에게 영어 인터뷰가 실제로 넘사벽인지 모르겠다. 다만, 그날 김연아의 피겨 실력만큼은 아사다 마오에게 넘사벽이었다.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녔지만 김연아라는 강력한 상대와 같은 시기 활동하는 것이 불행할 따름이다.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라는 넘사벽에 가로막힌 지난 주말, 한국에서도 한 명의 인재가 넘사벽에 부딪혀 고민에 빠졌다. 주말 동안 뛰어넘을 방법을 찾았지만 구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 18일 포기를 선언했다.
주식 백지신탁 때문에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사의를 표명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얘기다. 애초 황 대표가 백지신탁에 관한 이해를 잘못한 탓인지, 청와대가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제쳐두자. 성공한 기업인이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길 자체가 넘사벽인 우리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앞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도 정국 파행, 스파이 공방, 가족 사생활 침해 등 또 다른 넘사벽에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산업 현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실력을 쌓은 기업인이 우리네 공직으로 들어오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가뜩이나 인재 층이 엷은 나라기에 더욱 아쉽다.
성공한 기업인의 공직 진출. 비현실적인 제도와 경직된 사회문화가 넘사벽인가. 아니면 보안에 치중한 나머지 폭넓은 의견수렴과 준비 없이 이뤄지는 부실인사가 넘사벽인가. `여성 대통령`이라는 넘사벽을 몸소 뛰어넘은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이호준 성장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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