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ICT 융합 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부처 간 협업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조각난 ICT 업무
미래창조과학부로 일원화하려던 ICT 기능은 부처 간 업무 조율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곳곳으로 분산됐다. 지난 정부에서 방통위, 지경부, 문화부, 행안부의 4개 부처가 관장했던 ICT 업무는 박근혜정부에서 5개 부처 관장으로 바뀌었다. 일원화가 아니라 되레 분산시킨 꼴이다.
20일 국회를 통과할 정부조직법 개정안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창조경제의 근간을 이룰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방송광고 정책은 방통위에 남았다. 뉴미디어 관련 법 제·개정을 위해서도 방통위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게임과 디지털콘텐츠는 문화부가 소관하고, 임베디드소프트웨어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 정보보호와 공공정보화는 안전행정부가 각각 맡는 형태다.
◇분산된 체계로 창조경제 요원
각 부처가 ICT 업무를 나눠 갖는 구조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 일원화가 쉽지 않다. 이상적으로는 경쟁과 협력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칫하면 부처 간 갈등으로 더 큰 파행을 겪을 수 있다.
스마트화가 급진전해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를 아우르는 생태계가 생겨나는데 정부 조직은 시대 흐름을 거스른다. 네트워크 사업자와 디바이스 업체의 충돌,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갈등 등 지난 정부에서 벌어졌던 논쟁의 해결 주체가 새 정부에서 더 분산됐다. 업계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만 해도 미래부, 방통위, 국무조정실까지 업무가 나뉘었다”면서 “당초 구상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거버넌스가 될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처 간 시너지 위한 체계 갖춰야
전문가들은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미래부 주도로 각 부처가 협업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주파수는 국무조정실, 뉴미디어 법령 제·개정은 미래부와 방통위간 조율 등으로 조정 기능을 명시한 것도 부처 간 불협화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부처 당사자 간 조율에 한계가 뚜렷하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예산 배분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미래수석이 주도하고, 미래부와 방통위, 문화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는 위원회 정도가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예산 배분 과정에서 국가 R&D 중복을 방지하면서, 업무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제도와 조직이 잘 갖춰지는 게 이상적이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관심이 정책 성패를 가름하는 때가 많다”면서 “창조경제 성패는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범정부 차원의 협업시스템을 점검하고 민간 확산을 유도해 시장 생태계가 작동하도록 해주는 데 달렸다”고 주문했다.
※ ICT 관련 기능 담당부처 현황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