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사는 20일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지자 하루 종일 충격에 휩싸인 채 전산망 복구에 안간힘을 쏟았다.
방송사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전산망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피해 규모도 전산망이 완전히 복구돼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를 당한 곳이 우리나라 보도를 담당하는 주요 방송사인 만큼 전산망 마비가 길어지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이날 방송사는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는 한편 사무실 PC가 다운된 뒤 재부팅이 안 되는 피해를 입었다. 방송은 차질 없이 내보냈지만 제작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방송 송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져 찍어놓은 분량은 차질 없이 방송했다.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 기반 시스템이 맥(MAC)이라 전산망 마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MBC의 한 직원은 “직접적인 방송 제작을 제외하면 사실상 내부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전산망 마비가 길어지다 보면 방송 제작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는 인터넷 접속이 안 돼 일일이 방송에 사용되는 음악과 영상을 찾아 쓰는 불편을 겪고 있다. 라디오 방송은 음원을 인터넷으로 다운해 사용해야 하지만 인터넷 접속이 안돼 CD를 일일이 찾아 썼다. 작가들은 손으로 원고를 쓰기도 했다.
보도국이 가장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실시간 뉴스 보도를 해야 되지만 전산망이 마비돼 컴퓨터를 이용해 뉴스를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에 있는 KBS 직원도 내부망을 확인할 수 없어 기사 송고에 심각한 차질이 빚었다.
YTN 관계자는 “비상라인을 통해 뉴스 보도를 하고 있으며 VCR등을 이용해 뉴스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YTN 관계자는 “사내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고 약 500대에 달하는 사내 컴퓨터가 재부팅이 되지 않으며 외부에서 보도정보시스템 접속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BS 실시간 방송은 한 N스크린서비스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KBS 전산망 마비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주요 방송사들은 연결된 네트워크를 끊는 등 2, 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YTN 관계자는 “추후 피해를 막기 위해서 연결된 망들을 끊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연결된 망들이 손상 정도가 훨씬 심하다”며 “연결된 네트워크를 끊는 작업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토로했다.
피해를 입은 방송사 내부에서는 컴퓨터 부팅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21일까지 복구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SBS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SBS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SBS는 사내 방송을 통해 수상한 메일을 열지 말고, 문제가 감지되면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SBS 관계자는 “MBC, KBS와 다른 전산망을 쓰고 있어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