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다. 쥐들이 모여 고양이 대처법을 논의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의견일치는 봤다. 문제는 그 무서운 고양이 목에 누가,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에는 모두가 속수무책이다. 에너지산업을 무시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미친다. 에너지가 중요한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린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속에 하루하루를 버틴다. 봄을 지나는 지금 다가올 여름 전력수급이 더 걱정이다.
오키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1740㎞ 떨어진 산호초 섬이다. 일본은 1988년 이 암초에 방파제를 쌓고 콘크리트를 부어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을 만들었다. 지금은 부두를 만들고 있다. 파도가 높으면 섬은 온데간데없다. 국제 해양법은 바다 위로 육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왜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인공섬을 만들었을까. 오키노토리시마와 도쿄 사이 대륙붕에는 많은 양의 가스와 유전이 묻혀있다. 사면이 바다인 일본이 선택한 배수진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위로는 북한이 있어 섬나라와 같다. 전기가 부족해 이웃 나라에서 빌리는 유럽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을 만큼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겨울에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여름엔 춥다고 옷을 껴입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산업계에 전기를 아껴달라며 전력수요비용으로 4000억원을 썼다. 올해는 25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석유난로를 쓰는 상가나 가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기라는 고급에너지를 펑펑 쓰는 것은 `삼다수`로 목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써부터 새 정부의 에너지 안보정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청와대에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출범했지만 가동이 늦어지면서 에너지 공기업은 좌고우면이다. 지난 정부가 추진해 온 일부 해외 자원개발 탐사·개발은 멈췄다. 스마트그리드 산업도 길을 잃었다. 6차 전력수급계획은 지금도 찬반 논의가 설설 끓는다. 공유하지 못하는 지식은 휴지통 속 쓰레기와 같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로라하는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은 닫고 귀만 열어 놓았다.
2기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급률 제고에 주력한다. 중국은 시진핑 주도하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확보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
핵 안보와 안전에 우리 민족의 생존이 걸려 있다면 에너지안보는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사활이다. 박정희식 핵개발론이 어렵다면 박근혜식 에너지안보론을 펼칠 때다. 우리 에너지안보가 미국의 핵우산, 중동 유전에 치이는 글로벌 동네북이 돼선 안 된다. 에너지안보라는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 각론이 필요하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