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독불장군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사람을 빗대 우리는 흔히 `독불장군`이라고 한다. 독불장군을 한자의 뜻대로 풀어보면 `혼자서는 장군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혼자서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으므로, 남들과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동차 업계를 둘러보면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완성차 업계가 독불장군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자동차산업발전전략포럼` 발족식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자동차산업발전전략포럼은 정부 차원에서 그린카와 스마트카를 비롯한 차세대 자동차 산업 전반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중소 부품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특히 연구소와 학계는 물론 부품 업체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현장 중심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다. 이 포럼에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의견과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날 포럼 발족식에 완성차를 대표하는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임원급 관계자들의 얼굴은 찾기 힘들었다. 완성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창구가 변변치 않게 된 셈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선진국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 및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포럼에 참가한 부품업체는 물론 학계와 연구소 관계자들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현대·기아차에 섭섭함을 표명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만하다. 현대·기아차에게서 독불장군의 불길한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또 미우나 고우나 장수를 따라가야만 하는 부하들의 마음을 독불장군은 헤아리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