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이념 너머 실용·합리의 길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탄핵안을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것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념 대결의 단면이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탄핵안을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것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념 대결의 단면이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힘든 건 똑같은데 좌와 우, 보수와 진보는 물론 세대와 지역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거린다. 헌법과 행정부, 사법부 등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권위도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사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나라가 두동강 날 판이다. 국가 권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안으로도 어렵지만,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곧 출범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관세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통해 등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국가 안보와 경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흔들린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념 대결은 잠시 내려놓고 실용과 합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념에 얽매인 정쟁은 복잡한 시대적 도전 과제 앞에서 무력할 뿐이다. 특히 세대, 지역, 계층 간 갈등을 해결하는데 이념적 접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 진영이 아니면 무조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념 대결로 무엇을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오로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으로 갈등의 본질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골몰해야 한다.

조만간 출범할 국정협의회는 실용적 접근에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것도 이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출발점이다. 정치가 현실적인 성과를 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때에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경제·사회 문제도 실용과 합리를 조화시켜야 해결할 수 있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문제를 이념으로 접근하면 골든타임을 놓치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주의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과 기후 변화, 지정학적 위기도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국제 협력과 외교 전략 역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제 보수와 진보 모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는 전통을 유지하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그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던 실용 아닌가. 진보는 혁신을 추구하면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처다.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이념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이념적 대립이 아닌 실용적 협력과 합리적 해법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국민이 한겨울 도로 위에서 문제 해결의 정치를 염원하고 있다. 정치가 그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이념을 너머 실용과 합리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상생의 정치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