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전자가 `김기사`에게 배울 점

질문 하나 하자. 애플이 지난해 말 혹평을 받으면서도 굳이 아이폰에 구글지도를 빼고, 자체 지도를 탑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자체 지도를 강행하면서 CEO가 처음으로 소비자에게 사죄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하지만 애플은 한발 더 나아갔다. 설립된 지 2년 밖에 안 된 실내 위치정보 제공업체 `와이파이슬램`을 무려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애플의 오기일까. 기필코 아니다.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자. PC시대엔 `검색`이 소비자를 불러모으는 관문이었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엔 어떤가. 단말을 휴대한 이용자들은 현재 위치에서 가장 유용한 정보를 찾는다. 맛집·부동산·쇼핑·교통정보 등 모두 위치정보와 어우러져야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지도 플랫폼`이 `검색 플랫폼`을 대체하는 새 관문이다. 애플이 지도에 우직하게 투자하는 이유다.

지난 주말 `국민내비` 김기사로 잘 알려진 록앤올이 `플랫폼2.0` 전략을 발표했다. 김기사에 대리운전 연결 서비스를 붙이는 등 부가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한 달 이용건수 4200만에 달하는 이용자를 기반으로 `김기사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리운전 연결 서비스가 테스트부터 `대박`이었다는 점이다. 협력 대리운전업체 콜센터는 밀려드는 전화로 당장 확장을 고민했다고 한다. 마치 카카오톡에 모바일게임 `애니팡`을 붙였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록앤올 공동 창업주 박종환 사장의 회고는 애플의 행보와 묘하게 겹쳐진다. 그는 “3년전 내비 앱을 만들겠다니 모두 미친 짓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T맵, 아이나비 등 쟁쟁한 내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내비가 스마트폰의 킬러 앱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꺾지 않았다. 지금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신념으로 장기플랜을 세워 버틴 성과다.

다시 삼성전자 이야기다. 공개된 `갤럭시S4`를 두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번역서비스 `S트랜스레이터`다. 이용자가 한글을 입력하면 서버를 거쳐 외국어로 번역해준다. 메시지와 e메일을 연동할 수도 있다. 획기적이다. `삼성 콘텐츠&서비스 포털`을 구축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본격 시동을 건 느낌이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와 사용자환경(UI)의 기술 격차가 사라지는 시점이다. 앞으론 서비스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지도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데이터 분석 노하우가 필요한 번역서비스나 서비스 포털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경영 문화로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때 요란했던 `삼성앱스`나 `S클라우드` 관련 소식도 요즘 뜸하다.

`갤럭시 신화`를 지속할 `왕도`는 분명히 있다. 무엇일까. 작지만 장기플랜을 가지고 성공한 `김기사`에게 한번 물어보는 건 어떨까.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