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재미있는 전통이 있었다. 알고 있는 기술을 동원해 장난스런 깜짝쇼를 벌이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를 `핵(Hack)`이라 불렀다. 1960년대 초 일부 학생들이 밤마다 몰래 학교 컴퓨터를 사용했다. 컴퓨터가 워낙 귀해 일반인은 접근조차 못하던 시절이었다. 학생들은 이것도 일종의 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핵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해커(Hacker)`라고 불렀다. 해킹과 해커의 어원과 관련한 가장 유력한 정설이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가 중요한 자산이 되면서 해킹은 장난에서 범죄로 변질됐다. 지난달 20일, 또 다시 대형 해킹사건이 발생했다. 사이버테러는 이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이번 `320 전산망 마비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졌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경기도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올 여름에도 해킹방어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전문 해커들을 상대로 방어능력을 시험하는 대회다. 이를 통해 부족한 보안인력과 화이트해커(White Hacker) 양성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보안 기업을 대거 참여시켜 현장에서 채용박람회도 함께 열기로 했다. 이후에는 인력 양성에 필요한 보안특화센터도 설립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 경기도는 그동안 보안 관련 인력과 예산이 없이 부족, 해킹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도는 차제에 보안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더 나아가 이번 해킹방어대회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해커 잡는 해커를 양성하는 상시 대회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