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천신만고

`천신만고`는 천가지 신 맛과 만가지 쓴 맛이란 말이다. 지극히 어렵고 힘들다는 의미로 회자된다.

단어 자체가 풍기는 대한 뉘앙스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천신만고`가 들어간 문장은 긍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신만고 끝에 우승하다` 혹은 `천신만고 끝에 뜻을 이루다` 등 `천신만고`는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반전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다.

힘들고 어려운 `천신만고`가 반드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천신만고`를 피하고자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선도해야 하는 중책을 부여받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천신만고`를 겪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 발표 이후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던 미래부는 다른 부처의 집중되는 견제를 감수해야 했다.

여야의 정치적 흥정으로 인한 상처도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미래부 이동과 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도 겪었다.

미래부 초대 장관 내정자의 전격적 자진 사퇴에 이어 또 다른 후보자는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장관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부 내 신경전과 불협화음도 예사롭지 않다.

곳곳에서 창조경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미래부가 순항은커녕 출발조차 방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부가 표류하는 사이 주요 부처는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어디가 창조경제 주무부처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공 많은 배가 자칫 산으로 갈까 우려도 된다.

미래부가 출범조차 못한 상황에서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는 논쟁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해관계를 차치하고 미래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이해가 아쉬운 이유다.

김원배 ICT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