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중 하나인 `줄타기`를 볼 기회가 있었다. 부채 하나로 중심을 잡으며 팽팽한 밧줄 위를 걷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줄타기는 신라, 고려 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곡예에만 초점을 맞춘 외국과 달리 우리 줄타기는 재담을 곁들인 놀이판이라는 점이 큰 차이다.
줄타기의 묘미는 아슬아슬함이다. 줄광대는 금방이라도 튕겨나갈 듯 휘청거리다가도 어느새 다시 균형을 잡고는 구경꾼들을 놀린다.
구경꾼들은 흔들리는 줄광대를 보며 `어, 떨어진다`며 걱정스러워 하다가도, 제 집 안방을 걷듯 돌아다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보통 사람들도 직장에서 혹은 일상 생활에서 줄타기를 한다. 중심을 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왼쪽을 쳐다보면 오른쪽 균형이 무너지고, 오른쪽을 살피면 다시 왼쪽이 위험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요즘 줄타기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두 축 사이에서 동반성장이라는 줄 위를 걷고 있다.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는 대기업 성향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이를 감안한 듯 산업부 출범 후 한동안 중소기업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 균형감이 깨졌다. 대기업 `군기 잡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같은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지난 4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이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줄타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사실 동반성장처럼 복잡한 이슈 속에서 무게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다. 조금만 한쪽으로 쏠리면 `어, 떨어진다`는 탄식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도 피할 수는 없는 줄타기가 동반성장이다.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더욱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힘든 줄타기를 해야 할 윤 장관에게 무게중심을 잡아줄 부채라도 건네줘야 할 것 같다.
이호준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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