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래창조과학부 출범 `복기`

여당과 야당 모두 얻은 게 없다. 민주당은 명분을 잃었고 박근혜정부는 협상에서 완패했다. 인수위원회 출범 후 50여일 간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출범까지 이야기다. 최소한 산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그렇다. 정치는 주고받는 협상의 게임이지만 `제로섬`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지만 여야 모두 좀 과장해 상처뿐인 영광이다.

[데스크라인]미래창조과학부 출범 `복기`

여당은 수렁에서 미래부를 가까스로 건져냈지만 너무 많은 걸 잃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원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위성방송 업무를 미래부에 존치시켰다. 그러나 인허가권 행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방통위 사전동의를 받아야 해 얻은 건지, 잃은 건지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신에 `불통 정부`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야당도 소기의 목적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내상이 너무 깊었다. 집요하게 미래부 뒷덜미를 움켜잡았지만 실속 없는 싸움이었다. 최대 목표로 삼았던 방송의 공정성은 결국 정치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으로 결판났다. 그나마 건진 카드는 김재철 MBC 사장 퇴진 건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숙원을 풀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민심을 잃었고 정국 주도권도 물 건너갔다.

두 달 가까이 벌어진 여야 정쟁의 최대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산업과 시장이다. 마땅히 산업 진흥을 위해 써야 할 방송통신발전기금은 규제 업무가 주된 방통위에 절반을 배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통신정책의 핵심인 주파수도 미래부, 방통위, 국무총리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로 뿔뿔이 흩어져 불필요한 소모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합 부처에서 총괄키로 했던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콘텐츠도 각개 격파되면서 시너지는커녕 부처끼리 보이지 않는 골만 더 깊어질 것이다.

현안이었던 `지상파 재송신` 문제도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끝났다. 지상파 업무는 방통위, 케이블 등 유료방송 업무는 미래부로 나눠졌다. 이전 이명박정부 때와 비교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과학·IT를 융합하고 벤처를 주축으로 `창조경제`를 꽃피울 미래부는 만신창이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래부 수장도 산 넘어 산이다. 김종훈 내정자 후임으로 최문기 카이스트 교수가 선임됐지만 힘겨루기가 여전하다. 국회 통과 데드라인이 코앞이지만 여야 모두 큰 그림보다는 주판알을 튕기는 인상이다.

이래저래 미래부 시계만은 과거 정부에서 딱 멈췄다. 단 `1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출범 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현판조차 걸지 못했다. 모든 업무가 올 스톱됐고 당장 현장에서 뛰는 산업계·연구계·학계는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만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과거에 멈추진 미래부, 행정 공백으로 벌어지는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산업계 몫이다. 더 길어진다면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