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KO, 서비스 OK ?…이통사는 고민중

보조금서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통신시장이 보조금 중심의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요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로 재편될 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통신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했고, 통신사 보조금 대신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했다. 앞으로 요금부담을 더욱 낮추고, 최신 단말기 출고가까지 인하되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치고 빠지는 식의 편법 보조금이 그치지 않아 보조금 과열 경쟁이 완전히 사라질지 여전히 미지수다.

◇요금제·서비스 경쟁 신호탄

이동통신시장 구조개편은 SK텔레콤의 망내 무료통화 요금제 `T끼리 요금제` 출시가 시작이다. 지난 3월 SK텔레콤이 파격적인 망내 무제한 무료통화를 선언하면서 요금제 경쟁이 촉발됐다. 새 요금제는 영업일 기준 3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넘으며 인기를 모았고, 곧바로 KT도 망내 무료통화 상품을 내놨다. KT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통해 망내 무료통화에 데이터 이월이라는 추가 혜택을 담았다.

기존 가입자를 우대하는 `착한기변` `통큰기변` 등의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통신사는 새 요금제와 제도를 내놓으며 보조금 중심의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제조사 출고가 인하 가세

통신사의 요금제 경쟁은 보조금 축소로 연결됐다. 휴대폰 시장은 소위 `보조금 빙하기`로 불릴 정도로 냉각됐다. 보조금을 통해 높은 출고가를 상쇄해왔던 단말기 제조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출고가 인하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대로 단말기 제조사는 지난 4일을 전후해 일제히 출고가를 낮췄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는 각각 10만원가량 인하됐다. LG전자 옵티머스 뷰2는 최초 출고가 96만6900원에서 69만9600원까지 낮아졌다. 옵티머스G 역시 15만원 인하됐다. 팬택도 베가 S5와 베가 넘버6 등 일부 제품 출고가를 인하했다.

◇정부 의지와 사업자 호응이 관건

이통시장 구조 개편은 이제 시작이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감시자로서 정부의 역할과 사업자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금제 경쟁 중에도 일부 통신사는 손쉬운 보조금 경쟁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통신사가 주말을 이용해 편법으로 보조금을 높이는 사례가 있었다.

감시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보조금 위반을 뿌리 뽑기 위해 촉발 사업자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 상황은 한 사업자가 보조금을 높이면 곧바로 가입자 유출이 시작된다”면서 “보조금 고리를 끊으려면 방통위 시장감시 활동이 효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사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출고가를 인하한 제품은 전부 구형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출시할 `갤럭시S4`, LG전자는 현재 주력모델인 `옵티머스G 프로`에 집중하기 위해 구형 모델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실질적인 출고가 인하를 위해 주력 모델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휴대폰 판매점 한 사장은 “2월 이후 전체적으로 보조금이 축소됐다”면서 “출고가가 낮아지는 추세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가격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