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기업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와 서비스 처리를 위해 정보화를 추진했다. 이제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회사의 모든 정보가 컴퓨터에 데이터로 저장됐다. 그 동안 데이터는 저장과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로 인해 백업해야 할 데이터 또한 늘어나면서 백업의 개념도 데이터 이용 효율성과 활용으로 크게 변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의 등장이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 이전에 안전한 데이터 관리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ICT 부문 세계적인 비영리기관인 컴퓨팅기술산업협회(컴티아:CompTIA)는 2012년 7월, 미국 ICT 전문가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빅데이터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4분의 3가량)이 아직도 종합적인 데이터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업 연속성 및 재난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4월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의 9층짜리 연방청사빌딩 폭탄 테러사건은 168명의 사망자와 함께 6억5200만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당시 연방청사건물에 입주한 기업들이 대부분 도산했다는 것이다. 폭탄테러로 인해 기업이 보유한 중요 데이터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기관과 기업은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전략과 중요한 데이터를 원격지에 백업하는 재해복구 시스템(Disaster Recovery System)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350여 기업의 전산시스템이 대부분 파괴됐지만 사전에 체계적인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한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BOA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불과 며칠 만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150여 기업은 순차적으로 도산했다. 기업에서 정보 자산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준 좋은 사례다.
이들 사건은 우리나라 정부기관과 기업에도 데이터 백업의 중요성과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동기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모든 분야의 공공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국가차원의 전담기관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민간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국가 기간망 해킹 사건, 개성공단의 잠정적 폐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 등 국가안보 위기감이 고조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중소기업의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갈수록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전산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 시점에서 데이터 안정성 확보, 즉 `데이터 백업`이 국가나 기업의 제반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필수조건의 하나로 인식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공 분야는 물론이고 중소기업일수록 저가이면서 원격 백업을 구축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의무적으로 조성하게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해킹, 화재 등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체계가 필요하다.
19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은 518년 조선 역사를 1967권의 책으로 기록한 세계 최대의 왕조실록이다. 우리 선조들은 실록을 보존하기 위해 빈약한 재정 속에도 4부를 중복 인쇄해 깊은 산중에 분산 보관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인 재난에도 한 부가 보존돼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오늘날 빅데이터 시대에 중요한 자산인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후손들에게 일깨워 준 선조의 슬기로운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권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 ehkwon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