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 무료화로 제조사와 단말기 유통시장도 유탄을 맞았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단말기 시장이 급랭한 것. 제조사는 판매실적이 급감했고,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시장도 거래가 줄었다. 그동안 보조금에 편승해 이익을 얻은 제조사가 이번 기회에 출고가 인하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의 단말기 구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가 추가 구매를 중단한 것은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단말기 판매 속도가 둔화됐고,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한 통신사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보조금 문제를 언급하는 등 보조금 규제가 강화된 이후 통신사의 단말기 구매가 사실상 중단됐다”면서 “현재 보유한 재고도 다 소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근본적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책은 내놓지 않은 채 보조금만 규제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면서 “LG전자와 팬택 등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일부 판매점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단말기 시장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달 말 갤럭시S4가 출시되면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통신사와 제조사 공히 1위 사업자 독점구조로 시장이 굳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문제점만 지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제조업체 고충 등 ICT 생태계 문제를 고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높은 출고가를 책정해도 통신사 보조금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크지 않았다. 때문에 출고가 인하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신제품은 출고가가 100만원 수준이다. 대신 제조사가 제품마다 차등적으로 `제조사 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할인해줬다. 이 장려금을 출고가에 반영하면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표현명 KT T&C부문 사장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출고가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제조사 장려금을 없애면 논리적으로 출고가를 내릴 수 있다”며 “그래야 소비자 입장에서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