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아웃소싱 왕국 '인도' HW 제조국 변신 시도

IT 아웃소싱 왕국 인도가 하드웨어 제조기지로 변신을 꾀한다.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이유로 아웃소싱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뉴욕타임즈는 인도가 PC와 스마트패드 등 전자제품 제조업을 강화하고 반도체 공장도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펼친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정부기관에 납품되는 노트북과 PC, 스마트패드의 절반 이상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제를 시행했다. 인도 최초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3조원 이상 인센티브를 풀기로 했다. 전자제품 수입 억제와 자국 제조업 활성화가 목적이다.

한때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했을 정도로 IT 아웃소싱은 인도 경제의 중심축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IT 아웃소싱 10대 도시 중 6개가 인도 소재다. 타타컨설턴티서비스, 인포시스 등 글로벌 업체가 시장을 이끌었다.

인건비 상승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인도 IT 아웃소싱은 위기를 맞았다. 10여전 전 유럽이나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던 IT 기술자 인건비는 연평균 10% 이상 가파르게 높아졌다. 인도를 찾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거나 아웃소싱을 포기했다.

인도 IT 아웃소싱 산업은 중국이나 베트남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고급 기술자는 외국 기업이나 금융업 등 다른 분야로 빠져나갔다.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 성장도 인도를 자극했다.

본격적으로 제조업 육성에 나섰지만 전망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 제조에는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깨끗한 물과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PC와 스마트패드는 규모의 경제 의존성이 높아 단기간에 육성이 어렵다. 중국이 수년간 이 분야에 투자해온 이유다.

가우라브 베르마 미국·인도재계회의(USIBC) 의장은 “제조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인도 정부는 강압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