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경제는 문화다

직장인 사이에서 기업문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드는 예가 있다. 주로 술자리에서 농반, 진반 안주거리로 삼는 얘기다. 하루는 사무실에 뱀이 나타났다. 우선 현대그룹 임직원. 행동파답게 먼저 때려잡고 나서 왜 나타났는지 알아본다. 다음은 삼성그룹.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서 왜 나타났는지, 어떻게 잡을 지를 논의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LG그룹. 삼성이 처리한 결과를 보고 움직인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늘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꼬집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나름 공감이 가는 이 풍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기업의 문화가 조직원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걸 잘 나타내준다.

지난 17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주요 장관 임명을 놓고 진통을 겪었던 새 정부가 출범 52일 만에 비로소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긴 기다림만큼이나 이날 최 장관의 취임식은 미래부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모두에게 잊지 못할 뜨거운 자리였다. 최 장관은 미래부가 새 정부의 국정 어젠더인 `창조경제`를 최선두에서 실현할 핵심부처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라는 단어가 들어간 부처가 미래부”라며 “말 그대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부내 직원 간 화합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최 장관은 “미래부는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목표로 여러 부처의 기능을 모아서 만든 곳”이라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상호 화합과 배려로 적극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신 그는 공정한 인사정책과 융합하는 조직운영을 약속했다.

이 얘기를 꺼내든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여줬던 비효율성과 난맥상이 새삼 떠올라서다. 교육과 과학의 결합으로 창의적 인재양성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기자단까지 둘로 나눠졌던 교과부는 화학적 융합은커녕 5년 내내 부내 칸막이도 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법 개정과 종편 도입 등 사회적 이슈에 함몰돼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국가경쟁력을 뒤처지게 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았다. 덕분에 미래부가 출범하게 됐지만 말이다.

미래부는 이제 긴 항해에 나섰다. 싫든 좋든, 출신이 어디든, 800여명의 미래부 공무원들은 앞으로 5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머리를 맞대고 창조경제라는 역사적 과제를 함께 풀어내야한다. 정권이 끝나고 `창조경제는 바로 이것`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결과물이라도 만들어내려면 미래부 내부에서부터 칸막이를 걷어내고 `창의적 협업`에 나서야한다.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모으고 과학자와 ICT인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장을 마련해야한다. 창조경제는 수많은 `구호`의 나열이 아니라 `문화`의 정착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지연 국장석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