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자의 눈길이 요즘 가장 많이 쏠린 곳은 국세청이다. 이들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 민주화를 이유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하자 엉뚱한 불똥이 튈까 걱정한다. 과세 폭탄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한다. 급기야 김덕중 국세청장이 22일 중소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불안을 달랬다.
김 청장은 지능적인 역외 탈퇴, 변칙적 상속 증여를 집중 감시하려는 것이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이어 거듭된 김 청장의 이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인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 여전히 이번 세무조사의 목표가 부족한 정부 세원 확대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오해를 불식시키지 않는 한 중소기업인의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현장에 가까운 일선 세무서가 무리한 세무조사 실적과 건수 경쟁을 벌여선 곤란하다.
기업 경영 환경은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날로 악화됐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하다. 세금을 깎아주기는커녕 평상시보다 더한 세무조사는 중소기업인들에게 공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이 `세정 지원`을 호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업인들은 이날 무리한 세무조사 지양 외에도 당국에 많은 것을 요청했다. 대기업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기업을 빼달라는 요청부터 세법상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 상향 조정, 선진적 가업상속제도 도입까지 주장은 다양했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다. 그래서 세무조사는 늘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편의를 봐 줄 수 없다. 중소기업을 보호막으로 삼아 탈세하는 경영자도 분명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 기반이며 일자리 창출 주축이다. 정부는 세무 행정 원칙과 일관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까지 한시적이라도 중소기업인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정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