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특허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LG 등 전자 분야에 집중됐던 특허소송이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악의 경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내 판매금지까지 우려됐다.
24일 지식재산 전문업체 광개토연구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미국 내 특허소송이 최근 2년간 급증했다. 200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당한 소송 37건 가운데 48%인 18건이 2011년 이후 발생했다. 올해 들어 1분기에만 당한 소송이 6건이다. 2004년 이후 미국에서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벌어진 전체 특허소송은 197건으로, 37건인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18.7%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미국 시장 점유율 8.7%와 비교하면 특허 피소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송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주도했다. 현대기아차가 당한 전체 소송의 72%를 NPE가 담당했다. 전문가들은 특정업체가 성장한 후 특허소송으로 수익을 내는 NPE가 자동차산업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분석한다.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량은 70만~80만대 선을 유지하다 2011년 113만대로 급격히 늘었다. 현대차는 이 해 단독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 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점유율 상승은 특허소송이 급증한 것과 맥락이 같다.
전자 분야를 집중 공략하던 NPE가 전장부품 강화 추세에 발맞춰 자연스레 자동차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기아차가 201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국에서 당한 특허소송에 관계된 총특허 수 36개 가운데 67%에 달하는 24개가 전장 관련 특허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NPE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이 애플(44건), 삼성전자(37건), LG전자(24건) 순이다.
업계에선 특허소송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향후 특허소송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의금 지출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특허침해 판정을 받은 자동차의 미국 내 판매가 금지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자세로 사전에 특허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해외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특허소송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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