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첨단 소재 업체인 TOK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장비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장비 시장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TSV 시장을 겨냥해 후발 주자들이 가세하고 있다. 반도체 회로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른 TSV 장비 시장 경쟁이 벌써부터 과열되는 양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식각(에칭) 장비 회사 외에 최근 일본 TOK, 오스트리아 EV그룹(EVG) 등이 TSV 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TSV는 2개 이상 반도체 칩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을 형성해 반도체 용량을 늘리고 응답 속도는 높이면서 패키지 면적은 줄이는 방식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미세화해 용량·성능을 개선하던 종전 패키징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나온 기술이다. 반도체를 여러개 쌓은 후 10μm 이하 좁은 구멍을 뚫어 구리·금·알루미늄합금 등 전극 소재를 흘려 넣어 전극을 만든다. 메모리를 3차원(D) 구조로 쌓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도 가능하다.
필요한 장비는 35μm 이하 두께의 얇은 반도체 다이(Die, 웨이퍼에서 하나의 칩 역할을 하는 부분)가 휘지 않도록 웨이퍼를 받쳐주는 지지대를 붙였다 떼는 장비, 실리콘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구멍을 뚫는 에칭 장비 등이다.
TOK가 개발한 장비는 다이 본딩·디본딩 장비다. 경쟁사들이 다이 지지대로 화학처리되지 않은 일반 웨이퍼를 사용하는 반면 이 회사는 유리기판을 이용한다. 소재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본딩·디본딩용 접착제와 분리용액을 직접 개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포토 레지스터 기술을 응용해 잘 붙고 떼어내도 찌꺼기가 남지 않는 탄화수소 재료를 만들었다”며 “재료 기술, 장비 기술 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 설계·개발은 TOK가 맡고 외주 생산하는 방식이다.
세계 장비 업체들에 이어 소재 회사들까지 TSV 장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TSV 시장은 개화 전부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램리서치는 지난해 노벨러스 인수 후 TSV 전극 형성용 에칭·증착 기술을 완비했다. TSV 도입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에 참엔지니어링과 합작사 코러스를 세워 대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TEL 역시 다이본딩·에칭·증착·디본딩 전체 장비 라인업을 구축하고 시장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EVG는 다이 본딩·디본딩 장비를 마이크론에 공급하며 시장 선점을 노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TSV 시장이 생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말 양산을 예고했던 삼성전자도 수요를 가늠하면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만큼 시장 개화 시기나 수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자 업체들이 TSV 공정 투자에 나서는 시기 또한 내년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