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화학, 금융, 식품, 예술, 의료 등 어느 산업이라도 그 특징에 따라 사회에 역기능을 발생시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도 필연적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가 각 산업의 특징에 적절한가에 따라 국가발전의 기여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 최첨단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어우러진 문화콘텐츠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특징은 창조성과 개방성으로 인해 무궁무진한 다양성과 글로벌화된 파급력을 가진다. 게임산업의 역기능도 다양성과 파급력으로 인해 청소년보호의 문제와 사행성게임의 확산이라는 두가지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고 규제도 이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시간이 가면서 게임산업의 특징에 따른 적정성과 기본적 원칙을 찾아가기는 커녕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게임과몰입 문제는 이미 활용 가능한 이용시간관리 콘텐츠를 청소년용 게임콘텐츠에 적용될 수 있도록 규제하고 그 설치와 선택적 이용은 청소년과 부모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 게임을 몇 시간동안 언제 이용할 것인가 여부를 왜 법이 결정하고 게임사가 관리해야 할까. 청소년을 아끼는(?) 부모의 아우성, 개인의 자치권을 경시하는 입안자들의 가벼움,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결정권자들의 무책임이 조화된 결과가 아닐까.
안타까운 것은, 법이 해결해 줄 것 같으니 부모마음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엔 개인정보도용의 문제가 빈발하고 게임사 또는 통신환경 등의 여건에 의해 많은 게임들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며 실효성은 물건너 가면서 법의 규범성만 우습게 만드는 결과만 반복된다.
규제는 게임사에게 요구할 영역과 청소년과 부모에게 요구할 영역을 명확히 구별해야 실효성을 가진다. 자동차 브레이크의 안전성 규제대상은 자동차제조사이지만 브레이크를 이용한 안전운행 규제 대상은 이용자이다.
유해매체물에 있어서도 유통사업자를 강력히 규제해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청소년의 직접적인 보호와 교육의 법적 책임자로서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다양하게 개방된 매체환경에서 차단콘텐츠의 설치 및 관리, 가정교육 등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법제화해 부모의 적극적인 노력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청소년보호법은 가정의 역할과 책임으로, 청소년이 청소년유해환경에 접촉하거나 출입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하며 유해한 매체물 등을 이용하고 있거나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려고 하면 즉시 제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책임내용을 구체화하고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의 주된 역기능중 하나로 꼽히는 사행성 규제는 근본적인 재접근을 필요로 한다. 사행성있는 게임의 규제는 그 게임의 운용으로 이용자가 도박으로 판단될 수 있는 재물의 손실과 이득이 발생되는가를 기준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게임의 접근성이 높은 현실에서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관리와 규제 그리고 처벌이 핵심적이고 중심이 돼야만 하는 것이다. 사행성있는 게임물이 곧 도박물이라는 인식 자체가 천박한 문화적 인식을 보여준다.
사행성, 청소년보호 등을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마구잡이식 규제현상은, 문화적 다양성과 확장성을 가진 게임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생활문화의 변화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과 법 정책이 산업과 문화의 변화에 조화로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변화가 불편한 사람들의 화살이 변화를 초래한 게임산업에 쏟아지고 있다. 문화는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 자체를 내용으로 한다. 21세기 선진문명이 가져야할 법 정책은 변화에 대한 책임의 전가가 아니라 그 사회가 가진 다양한 규범의식의 총합을 보여줘야 한다.
정해상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minkook@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