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기업 조사 착수”에 에릭슨·노키아지멘스 `中시장 잃을라` 반기

유럽 대표 통신 장비 기업 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가 유럽연합(EU)의 중국 화웨이·ZTE를 겨냥한 불법 행위 조사 착수 발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 막강한 차이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는 EU의 중국 모바일 통신 장비 기업 대상 조사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중국 장비 기업의 반덤핑·반보조금 행위 조사에 착수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중국 장비 업계는 EU에서 연 10억 유로(약 1조원)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가격 덤핑과 보조금 지급 의혹을 받는 것이 조사의 배경이다. EU는 중국 기업의 최대 수출지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EU의 발표에 유럽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유럽과 세계 시장에서 첨예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세계 최대 통신·네트워크 시장인 중국에서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는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4G 입찰에 참여해 첨예한 경쟁전과 로비를 펼치고 있다.

울프 페르손 에릭슨 정부·산업관계부문 총괄은 “에릭슨은 EC의 계획에 동조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잣대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제한 없는 글로벌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베리 프렌치 노키아지멘스 대변인도 “무역 장벽을 세우거나 공정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에 명백히 반대한다”며 “EC에 해당 조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EU의 제재를 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가 반대하는 이유는 엄청난 중국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4G 시범 투자 단계였지만 노키아지멘스 매출의 9.6%는 중국에서 나왔다. 에릭슨과 알카텔루슨트는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5.9%와 7.9%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을 더하면 더 커진다. 4G 시장이 제대로 열리면 수십 배 더 큰 매출이 나올 수도 있다.

사이먼 레오폴드 레이몬드제임스앤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 중국 장비에 제한 조치를 하면 중국도 유럽 기업 보복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나 공정하게 경쟁한다”며 “가격이나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과 품질로 고객의 신뢰를 얻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