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람만 모을 수 있다면…"정해진 영역은 없다"

모바일 패권 전쟁

“페이스북 메신저에 새로 적용된 스티커 기능이 어디서 영감받았는지에 대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에겐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이달초 서울에서 열린 페이스북 모바일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제시카 리 페이스북 게임 플랫폼 파트너십 아태 총괄이 한 말이다. 최근 부쩍 메신저 기능을 강화해온 페이스북이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아시아 지역 주요 모바일 메신저를 주의 깊게 보고 벤치마킹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메시징 기능을 강화하고,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는 소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메신저로 대표되는 커뮤니케이션과 소셜 네트워크의 경계는 사실상 무너졌다.

사업자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활발한 사용자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결합시키면 사용자를 붙잡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갖게 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미 예전부터 “카카오톡의 (최종) 경쟁자는 페이스북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휴대폰 주소록 친구와 공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기능으로 출발한 메신저는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대표 SNS 페이스북은 최근 메신저에 음성 통화와 스티커를 추가하며 메신저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는 휴대폰의 기본 기능인 커뮤니케이션을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사용자를 끌어모았고, 이렇게 모인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소셜 네트워크 성격을 띠게 됐다.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자는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실제 지인들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네트워크가 됐다.

세계 1위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 투자한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아레프 힐럴리 파트너는 “모바일 메신저가 소셜 네트워크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왓츠앱은 현재 하루에 200억개의 메시지가 오가며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것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라인이다. 카카오톡은 단기간에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으면서 게임과 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최고 인기 게임이 월 매출 30억원하던 시장에서 일 매출 30억원 게임이 다수 나올 정도로 커졌다.

삼성증권은 메신저들의 게임 플랫폼 사업 확대로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브랜드 광고 상품 `플러스친구`나 `선물하기` 등 상거래도 활발하다.

라인도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1분기에만 전기 대비 40% 성장한 68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절반은 게임에서, 30%는 스탬프 판매에서 나왔다. 기업 홍보를 위한 `공식계정`과 중소 상공인을 위한 `라인@` 등 상거래 서비스도 준비한다.

구글 역시 SNS와 메신저 통합에 뛰어들었다. 올해 구글 I/O에서 인스턴트 메신저 구글톡과 SNS 구글플러스의 화상 채팅 `행아웃`, 지메일 내 채팅 등으로 분산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행아웃`이란 별도 앱으로 통합했다. PC와 모바일, 안드로이드와 iOS 등 기기를 가리지 않고 문자와 동영상, 사진을 모두 주고받는다. 행아웃은 구글플러스와도 통합돼 있다. 물론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