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주력 전자 계열사들이 1분기에 일제히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확대는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에 적극 동참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전자신문이 CEO스코어와 함께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삼성·LG그룹의 주력 6개 전자 계열사의 1분기 연구개발비 사용내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총 4조9967억원의 R&D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 20%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들 6개사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영업이익 합계 9조3758억원의 절반을 넘는수치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3조4141억원의 R&D 비용을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2조8011억원보다 21.9%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구가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집행하고 있다. 기술경쟁력 확대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1132억원, 1131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9.9%, 55.6%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삼성SDI는 1분기 영업이익이 3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려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기도 영업이익 증가율(19.4%)을 뛰어넘는 R&D투자비를 집행했다.
LG그룹 3개 전자 계열사들은 1분기에 모두 영업이익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LG전자는 8925억원을 사용해 전년 동기대비 36.8% R&D 비용을 더 썼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3494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다.
LG디스플레이도 분기 영업이익(1512억원)보다 월등히 많은 3903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전년동기대비 9.7% 확대된 금액이다. LG이노텍도 전년동기대비 1.3% 늘어난 735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주력 전자회사들이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것에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세계 경기 안정화가 지연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미래 투자를 확대하면서 향후 산업 주도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R&D는 삼성이 추구하는 `초격차` 경영전략의 핵심 카드다. 경쟁사를 앞서는 것을 넘어 격차를 더 확대한다는 접근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선도`를 강조하고 있는 LG그룹 역시 공격적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LG는 최근 임원세미나를 통해 시장선도 강화해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는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LG 역시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R&D 확대는 엔저를 내세워 공세를 확대중인 일본과 큰 내수시장을 무기로 전자산업 점유율을 확대중인 중국에 대응할 중요한 대처법”이라며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잠재적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시장 확대기에 경쟁사 대비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삼성과 LG 그룹의 연구개발 확대를 `창조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보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적 기업활동과 투자 확대의 핵심은 연구개발이며, 재계가 정부의 국정 운영방향에 맞춰 적극적인 동참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표. 삼성 LG 주력 전자계열사 1분기 연구개발비 사용내역(단위:억원, %)
*자료:전자공시. CEO스코어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