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한다.
CMP 슬러리는 지난해 세계 시장 1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대표적 반도체 공정 소재다. 그동안 메모리에 비해 국산화가 더뎠던 시스템LSI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면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지금까지 미국 쓰리엠이 독점 공급하던 특수 세리아 CMP 공정을 최근 범용 공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전문 중견·중소기업이 반도체 슬러리 시장에 확대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CMP 공정은 산화계·금속계 입자가 들어 있는 약액(슬러리)을 패드에 묻혀 반도체 웨이퍼를 갈아내는 공정을 말한다. 공정이 복잡해지고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CMP 공정 비중이 커진다. 특히 20나노 이하 미세 공정은 세륨 기반 입자로 웨이퍼를 연마하는 세리아 CMP가 필수다.
그동안 쓰리엠은 세륨을 CMP 패드 내에 심어서 별도 슬러리 없이 물만 흘려주는 패드와 장비를 개발해 삼성전자 시스템SLI사업부에 공급해왔다. 슬러리가 필요 없어 공정은 단순해지지만 쓰리엠이 개발한 장비와 패드만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특수 세리아 CMP 공정을 범용 공정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반도체 회로 선폭 미세화와 함께 공정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의 다양한 슬러리 중 성능을 비교해 쓰는 범용 세리아 CMP는 복잡도는 조금 높아지지만 수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쓰리엠 독점 공급에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CMP 슬러리 공정 전환에 따라 케이씨텍·솔브레인·동진쎄미켐 등 국내 중견·중소 전문업체는 새로운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옥사이드 흄(Fumed) CMP 슬러리를 공급하던 제일모직이 아직 세리아 슬러리를 상용화 하지 못했다는 점도 중소기업에는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실력을 키워 온 국내 업체가 수혜를 입게 됐다”며 “선도 업체와 특허 문제도 대부분 해결된 만큼 국산화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MP 슬러리
CMP 슬러리는 옥사이드(흄·세리아)·메탈(텅스텐·구리·알루미늄) 계열로 나뉜다. 메탈·흄 CMP 슬러리는 미국 캐보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CMC)와 히타치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산화가 쉽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은 10나노대 첨단 공정 수요가 큰 세리아 CMP 슬러리를 겨냥해 시장 진입을 활발하게 모색해왔다. 하지만 유독 삼성전자 시스템LSI는 세리아 CMP 슬러리 국산화 비중이 낮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