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차 방문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바이오·녹화연구소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인 도요타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설립된 바이오·녹화연구소는 석유자원 고갈, 대기 및 수질 오염 등 지구 환경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녹화 기술을 연구한다. 연구소는 도시 열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녹화 식물과 잔디를 직접 개발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가 `움직이지도 않는` 식물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화석 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바이오 연료 원천 기술 개발이 시선을 끌었다. 연구소는 석유회사는 물론이고 벤처기업, 대학 등과 유기적인 공동 연구를 통해 셀룰로오스 에탄올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지식재산도 만만치 않다.
연구소 관계자는 “환경 녹화를 위한 식물 품종 등록은 물론이고 바이오 에탄올 변환 효모에 대한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도한 특허 출원은 지양한다”고 설명했다.
경쟁 기업들의 신기술 모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허를 아예 등록하지 않는 `블랙박스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블랙박스 전략은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지만, 자칫 핵심 기술이 유출됐을 때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상당히 유효한 특허 전략이다.
도요타에게서는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를 굳이 경쟁자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또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자. 융합과 창조를 지향하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곰곰히 따져볼 때다.
양종석 전자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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