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양 송전탑 갈등 빨리 풀자

경남 밀양의 초고압(765㎸)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11년째 제자리다. 한국전력이 2002년부터 밀양시·울주군·기장군·양산시·창녕군을 지나는 송전시설 공사를 추진했지만 밀양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다. 2010년 12월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 69개 가운데 51개가 지역주민 등의 반대로 건설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전 사장 등이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밀양 현지를 방문했지만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한전이 지난 20일 공사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밀양지역 송전탑 공사가 미뤄지면 당장 올해 말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신고리 3호기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고리 3호기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원전의 참조 모델이다.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지 못하면 UAE에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공사 재개를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와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조만간 구성된다. 협의체는 정부와 주민대표 측, 국회 추천 3명씩 총 9명으로 구성되며 최장 45일간 활동한다.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송전 및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등 주민이 요구하는 송전탑 건설 대안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23일 해외사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담당 부사장이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사표를 제출하는 등 분위기가 급랭했다.

지역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송전선로 건설은 반드시 마무리돼야 한다. 발전소만으로는 최근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이동할 인프라가 없으면 발전소 증설도 헛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여름·겨울마다 냉·난방기 사용 증가로 전기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송전선로 건설은 더 미룰 수 없다.

지난 1월 지역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도 있었지만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전 역시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제시한 특별지원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역주민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국가적인 전력대란 상황임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대화의 장에 나와 갈등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