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노잉(knowing) 세잉(saying) 두잉(doing)

뇌 발달 시기로 정의되는 `크리티컬 피리어드(Critical period)`라는 뇌 공학 용어가 있다. 크리티컬 피리어드에 사용하지 않은 뉴런(뇌신경세포)간 연결은 끊어지고 사라져, 해당 부분 기능은 영원히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 뇌 과학자들은 생후 12주 이내의 어린 고양이의 왼쪽 눈을 며칠 동안 가려놓으면, 왼쪽 눈과 시각대뇌피질간의 뉴런 연결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고양이는 영원히 한쪽 눈의 기능을 상실했다.

[데스크라인]노잉(knowing) 세잉(saying) 두잉(doing)

인간의 크리티컬 피리어드는 12살까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학습과 경험은 뉴런간 연결을 늘리고 강하게 한다. 어른은 12살 이전에 만들어진 뇌 구조를 재활용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뇌 구조가 형성되기 전에 가능한 많은 뉴런간 연결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개발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뇌로 치면 크리티컬 피리어드를 지나고 있다. 다행히 우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지금까지 50여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이내믹한 자극으로 다양한 형태의 폭넓은 뉴런 연결을 경험했다. 물론 뉴런의 연결성이 많고 강하다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뉴런의 연결성을 네트워크라고 생각해 보면, 목적지로 가는 선택의 길이 다양해진다. 즉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보다 창의적인 방법론을 떠올릴 확률을 높인다.

`제조업강국코리아의 흥망성쇠에서 형성된 뉴런`, `IT강국코리아 명성을 얻고 잃어가는 과정에 연결된 뉴런`, `벤처열풍 경험이 만들어준 뉴런` 등등.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넓고 강력하게 오감(五感)으로 연결된 `대한민국 경제 뉴런`은 우리만이 가진 창조경제 실현의 자산이다. 더욱이 우린 기적을 경험해 본 나라다. 대한민국 경제의 뇌신경세포에는 강력한 성공바이러스가 번식하고 있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형 증후군 `저성장 벽`에 직면했다. 저성장은 모든 선진국이 통과의례로 경험한 일종의 `국가경제 성인병`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 화두는 맞물린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다음달 4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창조경제란 무엇인가`를 놓고 벌인 논란도 조금씩 정돈되고 있다. 창조경제를 단답형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야말로 가장 비창조적인 접근이다. 빨리 `방법론`을 제시하라는 윽박도, 결과물을 독촉하는 조급증도 모두 마찬가지다.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창조경제의 진로는 지난 50년 우리경제가 걸어온 길에 남아있고, 향후 50년을 예측하는 노력 속에 숨어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 강국을 일으킨 주역들, IT인프라강국을 구축한 주역들, 전통산업의 IT화·e비즈니스·u(유비쿼터스)산업·IT융합산업·스마트산업 등 시기별로 다양한 성과를 창출해낸 주역들의 경험 속에 녹아 있다.

`노잉(knowing)`과 `세잉(saying)`은 이제 충분하다. 이젠 `두잉(doing)`이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50년 세월 촘촘히 엮인 `대한민국 경제 뉴런`은 가장 효과적인 길을 찾아 낼 것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중견·벤처기업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이 돼 왔다. 창조경제는 이들의 조화, 협력, 그리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바탕으로 혁신과 시너지를 행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