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시분할방식 롱텀에벌루션(LTE TDD) 시장에서 한국이 낙오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중국, 인도, 북미 등 세계 40여개 사업자가 LTE TDD 서비스를 준비하지만 우리나라는 `와이브로 딜레마`에 갇혀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LTE TDD 황금주파수를 차지하고도 지지부진한 와이브로의 출구 전략으로 LTE TDD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5월 현재 세계 LTE 상용사업자는 175개로 이 중 16개 사업자가 LTE TDD 방식을 채택했다. 사업자 수는 적지만 러시아, 인도, 호주, 중동, 중남미 등 거대 시장이 LTE TDD를 도입했다. 준비 중인 사업자도 중국과 북미 등에서 약 40개나 된다. 차이나모바일홍콩 등 주파수분할(FDD)과 TDD가 혼합된 융합 네트워크 서비스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라미드리서치는 이 같은 추세면 2년 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 점유율에서 LTE FDD가 54.2%, LTE TDD가 32.5%로 양강 체제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와이브로(와이맥스) 점유율은 13.3%로 LTE TDD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LTE TDD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시장도 향후 LTE TDD 중심으로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TDD 방식이 주목받는 것은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LTE 시대에 최적의 주파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FDD 방식은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대칭성을 갖도록 주파수 대역을 배분한다. 과거 음성시대에는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대칭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다운로드 데이터가 폭증하는 반면에 업로드는 미미하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향후 대부분 주파수가 TDD 계열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LTE TDD 서비스는 무조건 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하는 현재는 TDD가 훨씬 효율이 좋다”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와이브로를 용도 전환해주면서 통신사업자가 TDD를 공평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에 집착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LTE 강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황금어장인 LTE TDD 단말과 장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미 7년 동안 활성화하지 못했고, 아직 마땅한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와이브로를 LTE TDD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LTE TDD 글로벌 주파수가 2.3㎓와 2.6㎓인 것을 감안해 우리나라에서 와이브로로 할당된 2.3㎓ 대역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해외도 와이브로 사업자가 LTE TDD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일본 UQC는 하반기 와이브로와 LTE TDD를 같이 서비스하는 듀얼 모드를 계획 중이다. 와이브로 출구전략으로서도 시사점이 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2G, 3G, LTE, 와이브로까지 네 가지 망을 운용한다”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와이브로를 계속 운용하게 하는 것은 사업자 손실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와이브로 기술표준이 LTE와 상호호환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도 `출구전략`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와이맥스포럼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와이맥스 어드밴스트 로드맵`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향후 LTE를 포함한 IP 기반 4세대(G) 네트워크와 연동된다.
TTA 관계자는 “와이맥스 포럼에서는 와이브로 어드밴스트(A)를 사실상 LTE TDD로 인식한다”며 “기술방식이 80% 이상 동일한 와이브로 A와 LTE TDD는 결국 진화방향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와이브로 전담반을 꾸리고 활성화 전략 등 향후 전략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에는 LTE TDD로 주파수 용도전환 등 일종의 출구전략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택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장은 “논의 초기 단계로 말 그대로 폭넓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김시소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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