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망대]<10·끝>박물관에서 구글글래스를 쓴다면

심재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wired4u@naver.com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손에 닿는 것이 스마트폰이 됐다. 잠금 해제를 하고나서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5인치 스마트폰 화면에는 어제 밤에 일어났던 세상 사람의 일상이 한눈에 보인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를 읽어 내려가는 사이, 내가 방문했던 경로가 기록되어 그것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데이터로 남아 있게 된다.

[콘텐츠 전망대]<10·끝>박물관에서 구글글래스를 쓴다면

내가 입력한 검색어, 내가 방문한 홈페이지 사이트, 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이 어느새 다른 곳에서 데이터로 가공돼 새로운 정보로 재탄생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는 내 이름 석 자 보다는 블로그명, SNS 아이디가 나의 또 다른 존재로 그 공간을 헤집고 다닌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빅브라더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선의의 목적으로 세상을 돌봐주는 존재다. 부정정인 시선으로 보면 권력층이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시선은 음모론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인데 이는 사회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끊임없이 감시해 정보를 수집하는 권력의 주체라고 표현된다. 그렇다면 SNS, 포털사이트 속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빅 데이터는 과연 무엇인가.

데이터는 핵심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분석의 가치가 있다. 단순히 물량이 많다고 해서 빅 데이터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분석의 목적이 있는가에 따라 가치가 정해질 수 있다. SNS자료, QR 코드, GPS데이터, 실시간 검색어 등, 빅데이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생산된다. 또한 빅데이터에 대한 요구는 분석의 목적이 있는 수요층이 있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 빅데이터는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소비자 요구와 수요예측을 위한 목적을 통해 만들어 지고 유통된다.

얼마 전 구글에서 구글글래스를 개발했다. 구글글래스가 대중들이 새로운 디바이스로 활용하게 된다면 구글글래스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위치정보와 동시에 수집되는 영상은 빅데이터의 새로운 소스가 될 수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구글글래스를 경험한 필자는 이제 개인의 시선처리, 이동경로, 정보의 수집과 배포, 이를 통한 정보의 공유 등이 가능한 새로운 디바이스를 개발했다는 구글의 발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박물관의 전시콘텐츠를 개발하고 새로운 전시기법을 늘 고민해 온 필자는 구글글래스를 보면서 이러한 소위 `입는 컴퓨터`라고 불리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활용해 박물관 방문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박물관체험(Museum Experience)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등 다양한 기법들이 박물관 전시에 적용된 적은 있다. AR, VR과 같은 기존의 기술은 그 자체가 작은 타깃위에 가상의 콘텐츠를 합성해 표출되는 형식이다. 이와 비교해서 본다면 새로운 디바이스가 접목된 복합현실(Matrix Reality)은 실내 전시공간과 가상공간이 겹치게 하는 기법이다. 관람객이 서 있는 전시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복합현실기법을 적용한다면 전시콘텐츠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유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눈을 통해서 이해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현실에 펼쳐지는 것이다. 박물관 전시공간에서 대중들이 직접 눈으로 유물을 보고 또한 새로운 디바이스를 활용해 박물관 전시실 안에서 관람객이 눈에 쓴 디스플레이를 통해 펼쳐지는 역사 속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시기법이 될 수 있다.

박물관에 새로운 전시기법인 영상트래킹 기반 복합현실기술이 전시에 적용된다면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새로운 전시경험을 할 수 있다. 복합현실 기법은 박물관 전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공연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할 수 있다. 문화융성이란 철학에 걸맞게 디지털강국 대한민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문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그 본질을 스마트한 기법을 통해 함께 교류하고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