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이 판매량 축소와 이익률 하락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단말기 유통시장이 얼어붙었고 출고가 인하가 이어지며 이익률까지 낮아지는 상황이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현장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제조사 실적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유통시장 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이 3월부터 얼어붙더니 5월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예전보다 월 평균 단말기 판매 건수가 30~4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고위관계자는 “단말기 시장이 축소되면서 제조사에 단말기 구매 주문을 내기 어려운 정도”라고 말했다.
휴대폰 유통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직접적인 이유는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통신사가 보조금 수준을 대폭 낮춘 것이 작용했다.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동일한 스마트폰을 국내에서 구매할 때와 해외에서 구매할 때 가격차이가 크다. 예컨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를 구매하려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60만~70만원 이상 든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30만원 내외면 가능하다. 해외 통신사가 약정기간과 요금제에 따라 탄력적으로 보조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피처폰 시대에 정해진 27만원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쓰는 것도 문제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 환경에 맞는 새 보조금 가이드라인 금액을 산출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제조사가 구형 모델의 출고가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판매 확대와 재고 소진을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출고가를 일부 인하해도 이미 엄청난 보조금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큰 효과가 없었다. 결국 출고가는 2차, 3차 인하로 이어졌다.
제조사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매출 비중이 90% 이상이어서 큰 문제가 없겠지만, 국내 비중이 절반 정도인 팬택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시장도 급격히 위축됐다. 2만여개로 추산되는 대리점과 판매점 중 상당수가 영업부진을 겪고 있으며, 조만간 폐업하는 곳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대안도 없이 규제부터 한 뒤 이제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니 중간에 유통과 제조사만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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