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공군장교로 전역한 저는 별명이 고문관이었습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제가 GE그룹 사장을 거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카드 사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 되는 이유를 찾지 않는 실행력이었습니다“
최치훈 삼성카드 대표가 지난 4일 공군사관학교를 찾아 삼성그룹의 열정락서 강연자로 나섰다. 최 대표는 “공군장교로 보낸 20대가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계기가 됐다”며 진솔한 인생 스토리를 털어놨다.
그는 전역 10년 뒤 GE항공기엔진 아시아태평양 사장, 2003년 GE에너지서비스 영업총괄 사장, 2008년 삼성전자 사장, 2009년 삼성SDI 사장을 거쳐 2010년 삼성카드 사장에 올랐다.
최 대표는 “30년 간 사회생활을 하며 전혀 모르는 사업을 맡아 최고경영자로 일한지 28년 째”라며 “변화 뒤에는 아픔과 고통이 따르지만 공군 장교 경험을 통해 믿는 만큼 돌아오고,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지난 83년 103대대 행정계장 시절, 행정대장이 회식에 앞서 소주를 시원하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최 대표는 냉장고가 있는지, 얼음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그 때 같이 근무하던 중사가 전투기 충전 가스를 이용해 술을 시원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군의 정신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주인의식과 실행,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드는 긍정의 힘을 군 생활에서 배웠다고 강조했다.
조직과의 융화도 강조했다.
최 대표는 “6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 와서 프린터, 반도체, 패널, 리튬2차전지, 신용카드까지 전혀 다른 사업 분야를 맡아 아픔과 좌절도 겪었다”며 “하지만 모르는 조직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고, 그 안에는 공감과 배려를 통한 조직원간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과 다른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움직이게 하는 리더십 역시 공군에서 배웠다고 전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