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전력대란 효율적 수요관리로 극복하자

지난 5일 전하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상임위 질의시간에 언성을 높였다. 작심한 듯한 강한 질타였다. 상대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었다. 전력수급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피크관리를 위해 수요관리사업자도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한전에서 핵심 내용은 빼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력공급 능력이 부족해 여름과 겨울만 되면 전력대란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전력피크를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전력공급 당사자인 한전이 비토를 놓은데 대한 안타까움에서다.

[ET칼럼]전력대란 효율적 수요관리로 극복하자

최근 전력수급 상황은 최악이다. 계획예방정비로 전력공급 능력이 줄어든 가운데 원자력발전소에서 시험성적표 위조한 부품을 사용한 것이 발각돼 가동 중지한 원자력발전이 10기로 늘어났다. 원전에서만 800만㎾에 가까운 전력공급이 줄어들었다. 전력거래소는 통상 예비전력이 400만㎾ 이상 500만㎾ 미만이면 전력수급 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한다. 지난 한 주 동안 네 번의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됐다. 5일에는 예비전력이 300만㎾ 이상 400만㎾ 미만일 때 발령하는 `관심`단계까지 이르렀다. 관심 단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올 여름 들어 처음이다. 한파로 난방수요가 급증한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면 숨통이 트일 수도 있겠지만 전력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욱이 석탄화력발전은 과부하 상태로 가동한 지 오래다. 때에 따라서는 출력이 100%를 초과하기도 한다. 원전 역시 최근 무더기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처음으로 가동률이 80%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발전소는 거대한 보일러다. 출력 100%를 넘는 과도한 가동은 보일러 수명을 단축한다. 피로가 누적된 발전소는 언제 고장이 발생할지 모른다. 자칫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 봄·가을에 발전소가 계획예방정비를 받는 이유다.

1년 8760시간 가운데 전력피크가 걸리는 비상시간은 600시간가량이다. 600시간 때문에 거액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발전소를 세우는 것은 예상낭비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발전소는 유지관리도 힘들지만 새로 설계하고 건설해서 가동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LNG복합화력발전소는 그나마 낫지만 석탄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는 7~10년이 필요하다. 내년 하반기면 대형 발전소가 들어서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올 여름과 겨울을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다. 전력이 부족하면 발전소를 지어서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과거 전략은 이제 안 통한다. 비용과 시간도 문제지만 부지 마련이 쉽지 않고 해당 지역 주민 설득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력수급난을 극복할 대안 가운데 하나가 수요관리다. 피크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나타나는 순간적인 냉난방 수요에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는 600시간만 제대로 수요를 관리하면 추가 발전소 건립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전하진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전기수요 효율화를 위한 대안이 들어있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요자원과 발전자원의 동등한 경쟁을 유도해 전력시장을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전력공급이 부족할 때 개설하는 비상조치 방법인 수요자원 시장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냉난방 수요가 많은 대형건물이나 대형마트에 전력수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이젠 수요자원도 전력공급원의 하나로 보고 활용해야 할 시기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