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상상콘텐츠기금이 사실상 `기업 갹출`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흘러 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매출의 5% 기금 납부`가 명문화된 법까지 상정돼 논란을 키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관련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면서도 기금 조성의 정부 역할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요자 부담 인정하지만 너무해”
콘텐츠 관련 업계는 상상콘텐츠 기금 필요성은 공감했다. 열악한 콘텐츠 제작 환경 개선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데 동조한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기업 호주머니만 털어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콘텐츠업계 대기업 관계자는 “매출 부담금 5%는 지난해 콘텐츠 기업 매출을 고려하면 4조4000억원에 해당한다”며 “이런 부담을 지워 기금을 만들려는 것 자체가 이상적이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개인의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콘텐츠 산업 특성상 수익의 부침이 심해 매출과 수익 간 괴리가 큰 것도 부담금 징수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콘텐츠산업 규모가 최근 커졌지만 금융업이나 제조업 대비 규모와 수익률은 낮다”며 “콘텐츠산업을 살리고자 만드는 기금이 자칫 콘텐츠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참여 등 상생개념서 접근해야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금을 민간에서 거두는 것은 통신, 금융업, 도박 등 허가산업에만 존재한다”며 “이마저도 주파수 경매 대금, 과징금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경쟁에 놓여있는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분담금을 내야할 의무조항도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참여를 통한 상생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금 재원이 수요자 부담이 원칙이라면 혜택을 받는 주변 연관 기업도 재원 조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관심 대상은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고 이를 통해 문화로 확산되면서 한류를 통해 수혜를 얻는 대기업이다. 그는 “대기업의 경우 문화 한류가 수출되면 자동차나 휴대폰, 건설, 유통 업체들도 동반해 수혜를 본다”며 “이를 제외하더라도 동반성장 차원에서라도 콘텐츠 기금 조성에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부, 거중조정 역할 맡아야
기금조성을 둘러싼 잡음이 일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선뜻 재원 조성에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상상콘텐츠 기금 조성을 위해 정부 일반예산과 각종 기금을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콘텐츠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대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에서 상상콘텐츠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각종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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