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에 고위급 회담 제의.. 미국은 소극적 반응 가능성 커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에서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조선 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북미 고위급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북한)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비핵화와 관련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이어 “북한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케이틀린 헤이든 대변인은 전격적인 북한의 제안에 대해 발표내용이 있으면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미 국무부 제니퍼 사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국제 의무와 약속을 준수하기 위한 확실한 행동에 나설 의지가 있을 때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제안으로 다시 외교적 의미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최근 들어 거의 강조하지 않던 비핵화 유훈`까지 거론한 것을 고려할 때 미국이 요구해왔던 이른바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는 상당 부분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건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2.29 합의 당시 약속했던 조치들을 북한이 취할 경우 미국도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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