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섬유인 멤브레인은 방습·방수·투습 효과가 있어 최근 스포츠 의류, 용품 시장에서 각광 받는 소재로 부상했다. 섬유 직경과 기공이 나노 크기인 부직포라는 뜻의 나노섬유 멤브레인은 70조원 규모의 아웃도어 세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자동차는 나노 기술의 복합체다. 연료전지의, 이차전지의 분리막 등에 나노 기술이 사용된다. 엔진 윤활제, 구리(Cu) 냉각기 첨가제, 삼원 촉매, 고강도 경량 소재인 나노 결정 금속, 복합 타이어, 창문이나 내외장재에 쓰이는 광학 코팅, 자동세척용 광촉매 등 수천가지다.
◇지금 왜 나노기술인가
나노기술은 물질을 나노미터(㎚) 크기 범주에서 조작·분석해 새로운 소재나 소자,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총칭한다. `나노`라는 표현이 특정 산업군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물리·화학·재료·전자 등 학문간 경계 없이 분야에 응용 가능한 기반 기술이라는 뜻도 된다. 하지만 기술 집약도는 최고 수준이다. 나노 구조물의 분석·제어·합성 등 전 과정을 100㎚ 이하에서 제어해야 한다. 나노기술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력은 크다. 재료·전자·에너지·우주항공·의학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국가과학재단(NSF)은 오는 2015년 전 세계 나노시장 규모는 1조달러(약 11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나노 시장을 오는 2015년 36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2020년에는 50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나노 기술 개발 지원 10년, 걸림돌은?
한국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 등을 수립하며 나노 기술에 투자해왔다. 지난 2002년부터 나노종합팹센터를 구축한 이래 인프라도 갖췄다. 하지만 나노 기술이 산업 전반에 퍼지는 속도는 더디다. 최영진 명지대 물리학과·나노공학과 교수는 “10년 이상 기초 R&D에 투자해 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성과가 나왔다”며 “이제는 사업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탄소나노튜브(CNT)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연구가 활발했지만 사업화에서는 여러 난관에 봉착한 사례다. 처음에는 실리콘을 대체할 반도체 대체 소재로 각광받았지만 트랜지스터를 정렬하는 방법을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가 요원하다. 대안으로 선택된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서 최근에야 상용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요 기업이 적극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어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대기업 나노 R&D 역량 역시 강화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나노 기술은 대기업·중소기업 수준이 비슷하다”며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와 대기업이 하는 분야를 나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세대 반도체로 각광 받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은 올해 시장 규모가 110억달러(약 12조3860억원)에 이르지만 국내 업계는 지지부진하다. 중소기업 바른전자가 뛰어난 기술력과 연구진을 확보했는데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사업 전망을 어둡게 봤다”고 말했다. 반면에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아직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있다.
◇수요 창출, 신뢰성 확보가 관건
결국 수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접점을 어떻게 찾는지가 나노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은 신뢰성이 높은 경량화·플렉시블 소재를 찾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R&D 비용, 시제품 제작비용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새로운 소재·부품을 채택하길 꺼리는데다 어떤 성능이 필요한지도 공개하지 않아 좋은 기술을 가졌더라도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구조”라며 “신뢰성 검증, 시제품 제작은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정보가 좀 더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소기의 성과는 나왔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경량화 소재나 스마트폰 등 부품 코팅, 공해 저감 기술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쎄코는 진공 증착용 코팅약품을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했다. 코팅 두께를 10~20㎚ 단위까지 줄였다. 창성은 분말 소재를 이용해 부품을 만드는 기술로 성공했다. 가격이 비싼 금형이 아니라 프레스 방식으로 부품을 찍어내 생산 기간과 제품 단가를 확 낮췄다. 나노케미칼은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한 뒤 녹여주는 세라믹 소재를 개발해 중국에 다량 수출한다.
한상록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상무는 “전기·전자 분야에 국한돼 있던 나노 기술 R&D가 최근 자동차·에너지·환경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산업 발전 가능성을 확신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