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1위 기업인 네이버가 연일 난타당하고 있다. 인터넷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네이버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기업을 `착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네이버도 지난해 말 다른 기업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s) 아카시아로부터 소송을 당한 바 있다. 구체적 합의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10개월간의 합의과정을 거쳐 상당한 액수를 해당기업에 지불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특허괴물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다시 핫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얼마 전 빌 게이츠의 한국 방문 때문이다.
지난 4월 게이츠는 자신이 투자한 특허관리전문회사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의 설립자 에드워드 정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특허전문회사인 IV 설립자의 방문은 국내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게이츠의 `바지 주머니 악수법`에 가려 당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지난 2000년 1월에 설립된 IV는 미국 시애틀의 위성도시인 벨뷰시의 한적한 교외에 위치해 있다. 직원 수가 600명가량인 이 기업은 대학과 연구소, 기업으로부터 특허를 사들이거나 직접 특허를 받아 특허 사용료로 돈을 버는 회사다.
한 해 4만여 건의 특허와 아이디어를 검토해 선별하고, 사들인 특허는 분야별로 패키지로 묶어 기업에 제공하기도 한다.
IV가 현재 보유 중인 특허는 2만7000여건이다. 주요 특허 분야는 전기전자와 나노, 바이오 등이다. IV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과 특허료 협상이 결렬되면 소송을 걸기도 한다.
또 다른 특허회사인 미국의 인터디지털(InterDigital)은 현재 2만개의 특허를 보유했다. 지난해 6월 인텔에 자사 특허의 8%에 해당하는 1700개를 3억7500만달러(4346억원)에 매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20위권 이내에 속한 NPEs가 보유한 미국 특허는 모두 3만8000여개에 달한다. 보유 특허 가운데 전기전자와 정보통신이 2만7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들 회사가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한 건수는 지난 1월 446건, 2월 397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4건이나 된다. 매년 소송건수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NPEs가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낸 특허 소송은 총 83건에 이른다.
특허괴물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제조분야와 지식서비스를 망라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네이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당한 대가 없이 다른 사람과 기업의 기술을 도용하거나 베끼면 언제든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IV의 설립자 에드워드 정은 평소에도 “한국은 몇몇 글로벌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위험한 구조며, 창조적 발명가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대기업은 아이디어를 제값 주고 사며 발명가가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바깥에는 틈만 보이면 소송을 걸어 우리 기업 돈을 빼가려는 특허괴물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