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무기 개발 제재를 7월 1일부터 석유 분야에서 여타 산업 분야로 대폭 확대한다. 특히 자동차 생산·조립 관련 거래가 새로 추가되면서 조립용뿐 아니라 보수용 부품 거래까지 포함돼 이미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이란 자동차산업 장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란은 2011년 자동차 생산량 164만대로 아시아 5위, 세계 13위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내수 시장 규모는 연간 160만대로 우리나라보다 크며, 대부분 수요가 현지 생산 차량으로 충족되고 있다. 하지만 부품 산업이 매우 취약해 외국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하는 CKD 부품을 조립해 생산한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3월에 시작된 미국 금융 제재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외국 완성차 업체들의 CKD 부품 수출이 중단되자, 이란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전년에 비해 47% 감소한 87만대로 격감했다. 자동차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신차 및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는 한편,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실업률과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더구나 미국이 이번에 외국산 부품과 소재 이용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 이란 자동차 산업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이란이 해외 부품 업체들로부터 조립용 또는 보수용 부품을 수입해 완성차를 조립하거나, 또는 철강 등 금속 원자재 및 반제품을 수입해 자국 내 조립용 또는 보수용 부품 생산에 전용할 루트마저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 조치가 실효를 거두면, 현재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지 완성차 및 부품 업체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빠져 대규모 공장 폐쇄 및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여파로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국민 생활이 더 피폐해져 내부 동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나아가 이란 정부가 석유 의존도 축소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동차 산업을 석유·가스산업 다음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국산화 및 수출 산업화를 추진해 온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란은 핵무기 개발 명분과 산업·경제 발전 실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 어떤 선택이냐에 따라 이란 자동차산업이 붕괴될 수도 있다. 그 경우, 해외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에게 미칠 파장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PSA 프랑스 오네 공장 폐쇄가 미국의 제재에 기인했다는 지적을 되새겨 리스크 관리 및 대책 마련에 주력할 때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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