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다시보자! 스마트폰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점유율이 추락하는 애플과 노키아 때문이 아니다. 최근에 나오는 각종 지표가 던지는 의미가 심상치 않다. 겉으로 상승세가 건재해 보이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팬택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냉철하게 현실을 짚어봐야 한다. 스마트폰 절대 강자였던 애플을 이겼다고 내심 맘 놓고 웃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데스크라인]다시보자! 스마트폰

1분기 단순 수치로 볼 때 스마트폰 성장세 나쁘지 않다. 가트너 집계에 따르면 전체 휴대폰 시장은 4억2500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스마트폰은 2억1000만대로 30%나 증가했다. 국내업체 실적도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점유율 23.6%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p), 스마트폰에서는 무려 30.8%를 기록하며 2위 애플(18.2%)과 격차를 12.6%p 로 벌려 놓았다. 히트 제품이 없어 고전하던 LG전자도 3.4%에서 4.8%로 1.4%p나 점유율을 올리면서 올해 산뜻한 출발을 예고했다. 반면에 휴대폰 시장에서 한때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던 노키아는 1분기 14.8%로, 전년 동기 대비 4.9%p 하락했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5` 반응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며 전체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찬찬이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휴대폰 패러다임을 바뀌었지만 해를 넘길수록 수요가 갈수록 둔화되는 추세다. 그나마 스마트폰 수요를 이어 가는 건 중국·인도·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299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300달러를 밑돌았다. 2011년 4분기 347달러에서 2년 만에 무려 5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 등 주요 제조업체가 중저가 보급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심지어 애플이 `300달러 이하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가격 하락은 수익성에 치명타다.

중국도 변수다. 수요 증가율이 둔화되고 기술도 표준화되면서 후발주자지만 무섭게 따라붙었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치부했던 중국 화웨이·ZTE·레노버는 특유의 높은 가격 경쟁력과 일취월장하는 품질 수준을 무기로 중국발 스마트폰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저가 제품`이라는 등식도 깨지면서 프리미엄폰 위주의 플래그 십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 진화도 정점을 찍었다. 풀HD급 선명한 디스플레이, 최고급 노트북 사양에 맞먹는 빠른 처리 속도, 수천만 화소에 달하는 카메라 모듈이 탑재되는 추세지만 일부에서는 `기술 오버 슈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필요한 기능만 꼭 집어 사용하는 단순한 스마트폰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래저래 스마트폰이 주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휴대폰 패권은 거의 7~8년 주기로 바뀌었다. 모토로라에 이어 노키아, 다시 애플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삼성이 애플의 뒤를 이을 게 확실시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1위 삼성이 영원할 수 없다. 애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