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미친 듯이 일해 상상하지도 못 했던 성공을 일궜다. 하지만 행복하진 않았다. 나를 찾는 여정을 겪고서야 비로소 다음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한게임`과 `카카오톡`으로 이어진 온라인과 모바일 혁명의 주인공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6일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사옥에서 열린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에서 고백한 말이다.

그는 한게임 창업과 NHN 합병 등으로 성공신화를 쓴 후 도리어 더 심한 마음의 공허를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던 중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를 만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김 의장은 “가면 속에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고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자 삶의 다음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HN을 떠나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목표를 잡았다. 하나는 `꿈 꿀 수 있는 사회`, 또 하나는 `마음이 건강한 사회`였다.
꿈 꿀 수 있는 사회의 꿈은 `카카오톡` 성공으로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로 벤처 게임 개발사에 기회를 제공했고,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창작자와 예술가가 팬을 만나고 수익을 얻으며 창작을 이어가는 실험을 시작했다.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는 기업가의 꿈을 가진 젊은이를 돕는다.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은 `마음이 건강한 사회`라는 꿈을 위한 첫걸음이다. 정혜신 대표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은 기업 CEO와 임원 등을 대상으로 심리치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회사에서 개인맞춤형으로 제공하던 고가의 심리치유 서비스 `SE 프로그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반 직장인도 쉽게 이용하도록 `내마음 보고서`를 새로 만들었다. 8만원의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다. 600여개 문항에 답변하면 전문적 심리 분석 및 진단을 제시하고 개인 특성에 따라 `맞춤 처방 시(詩)`도 추천한다.
정혜신 대표는 “현대인은 많은 가면을 쓰고 생활하다, 때로 가면에 짓눌려 참다운 자신을 잊기도 한다”며 “기업 구성원에 적절한 진단과 치유의 기회를 제공해 조직을 활성화하는 심리적 자원 보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누구보다 스트레스가 심한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심리분석을 제공하고, 사이코드라마와 개인상담의 중간 형태인 `공개상담실`을 매달 운영한다.
김 의장은 “마음 속 실체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삶이 바뀐다”며 “마음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사회에 널리 퍼뜨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마인드프리즘 지분 70%를 인수했으며, 향후 재단 설립도 추진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