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해외 스마트 브랜치 도입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이들 국가는 IT 접목 외에 전혀 다른 형태의 실험실 같은 `스마트 브랜치`를 시도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실익 추구보다는 투자와 실험적인 측면이 강하고, 실험적인 요소를 통해 기존 창구와 융합하는 새로운 상생모델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스마트 브랜치를 선보인 곳은 독일의 도이치뱅크다. Q110이라는 파격적이고 기존 관념을 깬 스마트 브랜치를 2005년 베를린 프리드리히에 설립했다. Q110은 세계 유일의 미래 은행으로 불린다. 금융창구를 혁신적으로 파괴해 100년 후 은행 모습을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파일럿 허브로 자리 잡았다. 내로라하는 해외 유수의 IT기업과 고객 접점 비즈니스를 펼치는 글로벌 기업이 Q110을 스마트브랜치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기이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 또한 스마트브랜치 개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2010년 4월, 일본 도쿄(니혼바시, 마루노우치)에 브랜치 지점을 개설 후 11개국에 108개 이상의 스마트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특히 씨티은행 일본의 경우, 도심 지역 내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맞춤형 브랜치를 개설했다.
씨티그룹 일본 스마트 브랜치 방문자 수는 일반지점 대비 3배 이상 높다. 신규 예금 계좌만 2배 증가했다. 관광객이 많은 홍콩에도 2010년 스마트 브랜치를 개설해 홍콩 내 일반 지점 대비 4배 이상 고객을 확보했다. 그 외에도 영국 바클레이스(Barclays)은행이 2007년, 이탈리아 치 방카(Che Banca) 2008년, 프랑스 BNP 파리바 2010년, 미국 ING가 2010년에 스마트브랜치를 도입해 그들만의 글로벌 브랜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딘 처처 도이치뱅크 Q110지점장
“스마트 브랜치는 미래의 은행 플랫폼을 제시하는 테스트 배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 트렌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차별화한 서비스, 프리미엄 상담이 가능한 것이 진정한 스마트 브랜치입니다” 미래의 은행으로 불리는 도이치뱅크의 Q110 나딘 처처(Nadin Chucher) 지점장은 스마트 브랜치를 이처럼 정의했다.
Q110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은행 실험실로 불린다.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숍인숍 형태의 매장 입점은 물론이고 기업에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고객에게는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한다.
일반 지점에 비해 50%에 가까운 신규 고객 유치 달성률을 보인다. 나딘 처처 지점장은 “스마트 브랜치는 미래 은행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기업과 고객 컨셉트를 하나로 묶는 허브 기능을 해야 한다”며 “도이치뱅크는 그 툴로 숍(가게) 컨셉트를 사용했고, 결과는 성공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복잡함을 줄이고 상품과 서비스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제시하는 것이 Q110의 특징이다. 그녀는 “이제 은행 고객은 좀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한다”며 “멀티 채널 전략에 견고한 지점 네트워크를 결합, 좀 더 새로운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브랜치에 맞는 직원 교육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