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갑입니까? 언론사가 갑 아닙니까?`
재미있는 논쟁이 이어졌다. `뉴스스탠드, 그 후…`라는 칼럼 이후 여러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이 돌아왔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뉴스콘텐츠 생태계 파괴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는데 느닷없는 `갑을(甲乙) 논쟁`으로 비화됐다.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갑을이 뭔가. 하늘의 변화를 담은 `천간(天干)` 중 하나였던 것이 계약서상 주체를 지칭하는데 쓰이다 요즘은 `주종(主從)`, 또는 불공정한 관계 등의 의미로 종종 쓰인다.
새삼 이 단어가 주목받게 된 것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갑을관계 청산을 내세운 `덕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답답하고 억울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여러 사례들이 새 정부 움직임에 힘입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올랐다.
우려스러운 것은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갑을이라는 표현이 오용(誤用) 또는 악용(惡用)되면서 본질과 무관한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수수료 요율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오픈마켓업체들이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했다. `소비자선택권을 가로막고 독점력을 높인다(오픈마켓업체)`는 주장과 `소비자를 볼모로 협상력을 높이려한다(네이버)`는 반박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결국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쟁에서도 갑을관계가 화두가 됐다. 대기업 계열사가 제공하는 오픈마켓이 갑이었는가, 벤처에서 성장해온 네이버가 갑인가였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판단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기준에 둘 것이 아니라 해당 시장, 즉 오픈마켓에서의 지배력을 중심에 둔다면 네이버가 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 간 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을은 `소비자`였다는 점이다.
앱 장터 수익금 분배를 놓고 대립하는 이통사와 구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인 이통사와 글로벌 기업 구글 간의 분쟁에서는 누가 갑이고, 을인가.
이 문제 역시 수익금 분배율을 갑자기 3배 이상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마켓에 종속돼 이도저도 못하는 이통사 중 누가 더 나쁜가를 따지기 앞서 모바일 운영체계(OS)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정책을 되짚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양측의 분쟁 또한 종국에는 모바일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고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언론사와 네이버의 관계로 되돌아가보자. 그간 언론이 정보를 독점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독자의 알 권리를 왜곡해왔다고 평가한다면 분명 독자와의 관계에서는 갑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또 본연의 역할인 공공성을 훼손했다면 그 점을 중심으로 비판하면 된다.
그렇지만 문제가 된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질서가 존재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언론도 포털에 종속돼 있는 수많은 납품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뉴스콘텐츠 복제권도 가져가고 이익을 독점하면서 납품업체인 언론사에는 말도 안 되는 작은 대가를 지불한다.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도 피해가 전이(轉移)되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